홍사덕 전 국회 부의장이 현 정권의 대(對) 언론 5056억원
세금추징과 관련, 27일 '비리를 캐는 동기'라는 제목으로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자신의 입장을 인터넷 홈페이지(www.sadug.or.kr)에 올렸다. 홍
전 부의장의 세무조사 비판은 22일 '5056억원과 헌법 제1조', 25일
'대통령을 속이는 사람들'에 이어 3번째다. 다음은 홍 전 부의장 글
전문. ( 편집자주 )


힌덴부르그 대통령이 히틀러의 수상 지명을 거부하자 나치는 대통령
아들의 수뢰비리를 캐내서 들이댔다. 이 경우 수뢰 비리와 그 비리를
캐낸 동기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고약할까.

듣건대, 정부는 일부 언론사주의 비리를 캐는데 마침내 성공했고 그래서
이들을 구속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서도 우리는 마땅히 물어야 한다.
그와 같은 비리를 캐낸 동기는 무엇이었는가. 그리고 언론사주의 비리와
그 비리를 캐낸 동기 가운데 어느 쪽이 이 나라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가.

나는 김대중대통령의 통치자로서의 선의와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심을 굳게 믿는다. 개인적인 인연과 애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앞서 말한 선의와
충성심이 부인되면 남은 임기 1년 6개월 사이에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이 무너질 수도 있어서다. 이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가상이어서 선의와 충성심을 굳게 굳게 믿는다.

『대통령을 속이는 사람들』에서 이미 말했지만, 대통령은 하루속히
비리를 캐낸 동기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세무조사가
적법했으니까 문제될 게 없다는 아랫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건국이래
모든 세무조사가 적법했고 야당총재시절 당신이 맹비난을 퍼부었던
세무조사 역시 적법했었다는 사실을 말해줘야 한다.

개혁을 위해 비리를 처벌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들이 도모하고자 하는
것은 틀림없이 사소한 내용일 것이다. 정권연장이라거나 선거 때
일방적인 미디어홍보 등을 노리고 있을 터이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중대하게 여기는 이런 일 조차 지금은 사소하게 취급한다. 실제 결과가
너무도 엄중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완용이가 총리대신 자리와
10만엔의 돈을 탐낸 건 사소한 동기지만 그 결과가 한일합방으로
나타났듯이 침묵하거나 하나의 소리로 획일화된 언론은
민주공화국으로서의 대한민국을 위태롭게 만들고 말 것이다. 회칠한 무덤
같은 사회, 하나의 의견만이 빛을 내는 나라는 더 이상 민주공화국도
대한민국도 아니다.

지금 이걸 바로잡을 힘을 갖고 있는 사람은 딱 하나 대통령뿐이다. 이
모든 일을 도모하고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것
만으로도 상황은 정상화될 것이다. 언론기관이 세금을 못 내어서 문을
닫거나 세금 낼 돈을 구하러 정부소유의 은행을 기웃거려도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와 헌법질서는 안전한가. 가장 큰 신문사의 매출이 박카스드링크
한가지 매출액의 두 배 밖에 안되는데, 이런 규모의 언론사들을 넉 달 반
동안 물고를 내다 시피 한 게 스스로 결정한 방침이었는가, 아니면
대통령의 뜻이라 짐작해서 한 짓이었는가. 언론사주를 구속하는
비리내용을 비슷한 규모의 기업주들에게 적용할 경우 구속을 면할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가.그들은 절대로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 결단을 내리면 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