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귀요씨는 “자국영화 보호정책에서 알 수 있듯,세계를 휩쓰는 미국식 문화에 맞서서 문화적 정체성을 확보하려 노력하는 것은 프랑스와 한국의 공통된 장점 ”이라고 말했다. <br><a href=mailto:yhhan@chosun.com>/한영희기자 <

## "프랑스에 한국 알리려면 지방부터 공략을" ##

▲인터뷰하고싶은 사람은?

"주한 프랑스 문정참사관(미셸 귀요). 프랑스의 문화 관료로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다. 한국 여자를 어떻게 보는지도 묻고 싶다."
지난 회 인터뷰에서 은혜산부인과 원장 장부용씨는 물었다. 그의
추천으로 이뤄진 이번 인터뷰에서 미셸 귀요(55)씨는 대답했다. "한국
여자? 대단히 우수하다. 개방적이고 호기심 많으며 적응력도 뛰어나다.
중요 직책에 오른 유럽 여성들은 도전적이며 거만한 예가 많은데 한국
여성은 그렇지 않다."

혼동을 막기 위한 설명부터. 주한 프랑스 문화원은 올해 편제가
바뀌었다. 경복궁 앞 사간동에서 서울역 부근 봉래동 우리빌딩으로
옮기며 업무가 양분된 것. 지난 12일 문을 연 18층은 유학 정보를
제공하는 등 일반 대상 업무를 하고, '프랑스 대사관 문화협력과'가
있는 13층은 한불 교류 행사들을 책임진다. 편의상 18층을 '프랑스
문화원'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에서의 프랑스 문화 정책을 사실상 떠맡고
있는 곳은 13층이다.

미셸 귀요씨는 그 업무를 총괄하는 문정참사관. 71년 프랑스 고등
사범학교 에콜 노르말을 졸업한 그는 파리 소르본 대학 등에서 언어학
교수로 활동했다. 80년대 초반부터 외무부와 교육부에서 여러 직책을
맡았고, 문정참사관으로 작년 9월 한국에 부임했다.

그에게서 듣는 양국 문화에 대한 몇가지 생각들.

1.한국에서 보는 프랑스

"프랑스가 문화대국으로 받아들여지는 걸 보니 기뻤다. 하지만 문화적
이미지가 강력하다보니 다른 강점은 간과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미지가
예술 분야로만 편향되지 않도록 과학기술이나 대학교육 같은 쪽도 적극
알리려 하고 있다."

2.프랑스에서 보는 한국

"한국은 몇년 전만 해도 프랑스인에게 낯선 나라였다. 하지만 최근
문화나 스포츠 분야의 성과를 통해 무관심을 걷어냈다. 월드컵 개최지란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도빌 영화제나 아비뇽 페스티벌 같은 프랑스 내
문화 행사를 통해 영화 공연 미술 같은 한국 문화가 크게 주목받고
있다."

3.새 둥지에서

"30대 이상 한국 영화광들이 사간동 시절에 추억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 향수어린 곳을 떠나기 힘들었지만, 한국 자체가 예전의 한국이
아니다. 이젠 한국에도 훌륭한 상영 공간이 많다. 이전 건물은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물리적 한계도 있었다. 새 건물엔 영화관이나
전시장이 없다. 그런 행사는 25일부터 열리고 있는 '프랑스
영화제'처럼 외부에서 한국측 파트너와 함께 하겠다. 그게 교류
정신에도 맞다."

4.한국 문화 알리는 법

"한국의 대표적 아티스트들을 직접 소개하는 일에 힘 쏟는 게 좋다.
공연단 등을 파견해 한국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는 외국인들을 직접
설득하는 것이다. 한국 문화인들은 너무 파리만 신경쓰는 것 같다.
지방의 특징적 박물관이나 공연장을 공략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5.한국인을 묘사하는 세 단어

"먼저 '끈질긴'(opiniatre). 목표를 세우면 과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이뤄내는 것 같다. 두번째는 '수줍은'(timide). 일반적으로
한국인은 약간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듯 하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대단히
활기차서 이런 고정 관념도 곧 바뀔 것이다. 세번째는 '빨리'(vite).
한국인들은 속도에 대해 강박이 있다. 정반대로 한국에서 프랑스인의
이미지는 게으르고 유유자적한 사람들인 것 같지만."

▲일본영화 '사후'는 살아있을 동안의 한가지 기억만 가져가야
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그 상황에서 당신이 선택할 장면은?

"배타는 것을 무척 즐겨 결혼 상대도 그걸 좋아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결혼 전인 71년, 지금의 아내와 함께 보름간 지중해를 여행했다.
'자질'을 떠보려 일부러 6m짜리 작은 요트로 풍랑 치는 지역들을
통과했는데 감내하는 걸 보고 결혼을 결심했다. 이 작은 배로 폭풍우를
이겨냈으니 인생이란 거대한 항해에서도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3개월 후 결혼했다."

부(附). 그간 만났던 '성공한 사람들' 16명의 공통점은 목표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왔던 불굴의 의지가 아니었다. 부딪쳐오는 우연에 기꺼이
몸을 맡기는 대신 매순간 최선을 다하는 '생산성 높은
무목적성'이었고, 결과보단 과정이었다. 시리즈를 끝내며 떠오르는 건
영화 '베티 블루'의 내레이션이다. "베티는 이제 인생을 알기 시작한
거다. 침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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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터뷰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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