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뒀던 '분노'가 폭발했다.
김성근 LG 감독대행이 양준혁과 김재현에게 공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매경기가 끝난 뒤 열리는 의례적인 미팅 수준이 아니었다.
김성근 감독대행은 26일 인천 SK전에서 5대12로 힘없이 패한 뒤 미팅을
열고 "더이상 프로다운 행동을 보이지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질타의
수위를 높였다.
팀내 고참급인 양준혁에 대해서는 "으시대지 말라. 네가 야구를 잘하면
얼마나 잘하냐"며 "3할을 친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3할을
치느냐가 중요하다"며 근본적인 정신자세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양준혁이 최근 2경기서 6타수 1안타로 부진한데다 SK전에서는 공중볼을
놓치는 실책까지 겹쳐 한꺼번에 분노가 치밀었던 것.
팀이 하위권으로 처져있는 상태서는 무엇보다 고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는 김성근 감독대행은 "LG 유니폼을 입고 있는 이유가
뭐냐? 2억7000만원의 연봉에 걸맞는 플레이를 하고 있느냐?"고 다그치며
말문을 잇지 못했을 정도로 격앙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재현을 향해서도 비슷한 톤으로 꾸짖었다.
"주위에서 잘한다, 잘한다고 하니까 나사가 풀렸다"며 이날 삼진
2개를 포함한 4타수 무안타의 침묵에 따금한 채찍질을 했다. 단순한 성적
부진이 아니라, 타석에서의 마음 가짐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 지난
22일 부산 롯데전서 유니폼을 갖고 오지 않아 투수 안병원의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던 웃지못할 해프닝이 벌어진 직후의 일이어서 감정이 극에
달했다.
"솔직히 조용히 불러서 몇대 패고 싶었던 선수들이 있었는데 참고
참았다"고 실토했을 정도로 김성근 감독대행이 머리끝까지 화가난 것은
전체적인 팀 분위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 단지 둘만의 잘못이 아니라
조금만 잘하면 어느새 긴장이 풀리는 묘한 분위기가 못마땅했던 것.
"팀이 이토록 어려운데도 서로 희생하려는 구석을 찾아볼 수 없다"는
말에 '분노'의 진짜 이유가 숨어있었다. 〈 스포츠조선 양정석 기자
js20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