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표팀 트루시에 감독(46)의 명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무명 선수를 발굴해서 스타로 만들고, 99년 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준우승, 2001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준우승 등 이런저런 국제대회에서 굵직굵직한 전과를 올리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는 참 성실하다.  대표팀 훈련 때면 시종 눈알을 부라리며 핏대를 세우고, 대표팀이 해산해 있을 때는 신인 발굴을 위해 눈에 쌍심지를 켜고 J리그 무대를 누비고 다닌다.

떠버리처럼 큰소리도 곧잘 치지만 그에 상응하는 결과 또한 쑥쑥 잘도 뽑아낸다.  그런 그에게도 천적은 있다.

한때 일본축구의 간판스타로 명성을 떨쳤던 축구협회 가마모토 부회장이다.

그는 트루시에를 잠시도 가만 놔두지를 않는다. 약간의 실수에도 비수를 날리고, 전술이나 선수기용 문제까지 간섭하며 스트레스를 준다.

작년 여름 트루시에가 성적부진으로 허덕일 때는 아예 목을 칠 작정으로 숨통을 죄기도 했다.

지난 3월25일 프랑스에 0대5로 대패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4월25일 스페인과의 경기(0대1 패)를 앞두고는 "비겁하게 수비축구를 해서는 안되며 지더라도 공격축구를 해야 한다"고 떠들며 트루시에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댔다.

그럴 때면 오카노 회장과 가와부치 부회장 등은 "트루시에를 믿는다"느니 "트루시에를 응원하겠다"느니 해가며 은근히 감싼다.

이쪽에서는 매로 때리고, 저 쪽에서는 약을 발라주는 셈이다.

어쩌면 트루시에가 갖고 있는 기술을 남김없이 빼먹기 위한 일본협회의 고도의 전략인지도 모른다.

한데 가마모토 같은 천적이 없었더라면 일본축구는 어떻게 됐을까. 모르긴 해도 지금보다 나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집적거리는 사람 하나 없어 몸 편하고, 맘 편했다면 제아무리 트루시에라도 긴장이 풀리고 늘어질 수밖에 없었을테니까.

이런 면에서 볼 때 틈만 나면 휴가나 다니고, 바깥 나들이나 하는 한국의 히딩크 감독은 지나치게 편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견제세력은 고사하고 협회에서 아예 떠받들다시피 하고 있으니 말이다.

〈 kkach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