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밤 홍대앞 테크노클럽 ''명월관''에서 미국인 딜란양과 아이보리 코스트인 아노드씨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춤추고 있다. <br><a href=mailto:younghan@chosun.com>/허영한기자 <

22일 금요일 오후 11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아노드
아시몽(20·아이보리 코스트)은 뉴질랜드에서 온 필(25), 미국인
여자친구 딜란(18)과 테크노 클럽 '명월관' 정문 앞 화단에 걸터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들은 주말마다 '홍대앞'에서 만나 얼굴을
익힌 친구들. 아노드는 주한 대사인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 와 5년째 살고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빼놓지 않고 홍대 앞을 찾아 친구들을
만난다.

"한국은 솔직히 좀 지루해요. 차도 똑같고, 집도 똑같고…. 하지만 홍대
앞에 오면 다양함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집은 이태원인데, 그 동네는
늘 술에 젖어 있잖아요. 여기는 술에 취한 사람이 별로 없고, 한국인들도
다 영어를 잘해요."

하루에 두번 풍경이 바뀐다는 홍대앞 '피카소 거리'. 평일 낮에는 여느
대학가와 다르지 않지만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이 밤을 밝히면 기성세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복장과 음악이 넘치는 곳. 그러나 금요일과
토요일 밤 피카소 거리를 중심으로 홍대앞은 국경과 세대를 넘나드는
세계인의 거리로 또다시 변신한다.

입장료 5000원에 음료수 한잔과 더불어 밤새 춤추고 음악을 즐길 공간이
있는 10여곳 테크노 클럽에는 금요일 저녁 해가 질 무렵이면 20~40대
내·외국인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밤 12시 클럽 '마트마타'. 친구 3명과 함께 쥬스를 마시고 있던 대학생
공예원(22)양은 "여기 오면 외국인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진다"고
말했다. 카투사 친구와 함께 온 미군 호세 카모나(22)는 새벽 1시쯤 되자
"분위기를 바꿔보자"며 옆 클럽 '명월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1~2달에 한번씩 '클럽데이'가 열린다. 1만원짜리
티켓 한장으로 주요 클럽 10여 곳을 마음대로 옮겨 다닐 수 있는
'문화부페'다. 다음 클럽데이는 7월16일. 8월엔 시민운동가들을 위한
'시민운동 클럽데이'도 예정돼 있다. 클럽마다 돌아가며 수시로 파티도
연다. 마술쇼, 국악, 패션쇼 등 색다른 공연도 갖는다.

클럽 애호가들은 대부분 20~30대. 그러나 40대도 '나이를 잊으면'
거리낌없이 어울릴 수 있는 곳이 홍대앞 이다. 클럽 '흐지부지'와
'MI'에서는 30~40대 직장인 남녀 1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춤과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토요일인 23일 '108' 클럽에서 열린 파티에는 캐나다의 유명 D·J 맥스
그라함이 초청돼 200여명이 모여들었다. 미국인 대학생 섀논
스노우(20)양은 "서울의 다른 곳은 밤에 가기가 꺼려지지만 홍대 앞은
안전하고 패션, 음식, 음악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함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식 밤참거리가 풍성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비결. 맛집이 가득한
홍대 앞 골목골목의 철판구이집, 떡볶이 포장마차, 설렁탕 집 등이
새벽까지 세계의 젊은이들을 맞고 있었다.

'마트마타'를 운영하는 문종호(38)씨는 "홍대앞 클럽은
만취한 사람들은 입장금지입니다. 외국인도 많이 오지만, 주5일 근무가
늘면서 폭음을 싫어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많이들 옵니다. 나이와 국적에
상관않고 어울린다는 점이 사이버공간하고 비슷하지요?"

23일 새벽 3시. 클럽 골목을 돌아 나오니 '송죽 갈비'에서 '세계인'
4명이 어울려 철판에 한창 고기를 구워먹고 있었다. 금요일 밤 홍대 앞의
열기는 새벽 5시쯤 돼야 식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