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경제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은 또 다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더 낮추었다. 연율 3.8%의 전망은 작년말의 5.3%에 비하면 현저한
후퇴일 뿐 아니라 한국개발연구원이나 삼성경제연구원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의 예측보다도 훨씬 낮은, 환란 이후 최저수준이어서 경제계는
적지 않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앙은행의 이 같은 비관적 전망은
무엇보다도 미국경제의 회복이 지지부진하고 일본과 유럽의 경기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제유가는 오르는 등 대외여건이 계속 나빠지고 있는
점을 중시한 결과로 보인다.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은 매우 드문 현상으로 대외 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리 수출은 올 들어 증가세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어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고 있다. 최대 수출전략상품인 반도체는 세계적인
가격폭락으로 일부 저가품 생산라인을 폐쇄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돌입하고 있다. 철강제품도 미국의 반덤핑 규제에 직면하고 있어
역시 타격이 우려된다. 이처럼 주요 전략품목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 올해
경제의 성장 견인력은 결정적으로 훼손될 것이 분명하다. 설비투자도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민간소비로 대신 지탱할 형편도 못 된다.
한은(韓銀) 분석으로는 그나마의 1분기 가계소비증가도 은행 또는
카드사의 빚으로 지탱되고 있어 조만간 민간소비 증가도 한계에 직면할
것이다. 이처럼 올해 하반기는 수출·투자·소비 어느 면에서도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이 낮다.

반면 물가에서도 유가와 환율이 중요한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고,
공공요금과 농축산물 등 기초 생활 물가도 가뭄 등의 이유로 하반기에는
더 불안해질 것이다. 자칫 성장정체와 물가앙등이라는 최악의 함정으로
빠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우선 아직도 마무리하지 못한 부실정리와
구조조정이 가장 크게 타격을 입을 것이다. 올해 1분기에도 이미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이 40%에 가깝다. 경기침체로 기업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나빠지면 금융기관 부실도 확산될 것이고 이는 기존 거대부실과 연계되어
금융시장 혼란을 재현할 수도 있다.

지금같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금리나 재정 등 선진형 단일 정책수단이나
성급한 경기부양보다는 사태변화에 적응하기 쉬운 탄력적 정책조합을
구성하는 한편, 이미 벌여놓은 구조조정 작업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