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탈북 어린이를 위해 일하는 멋진 청년의 특강을 들었다. 그는
북에서 온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었는데,
학교수업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했다.
북한 말은 맞춤법부터 남한 말과 다르다. 북한에서는 노동자를
'로동자'로 쓴다. 띄어쓰기와 문장부호도 다르다. 북에서 학교를 다닌
아이들은 맞춤법부터 새로 배워야 한다. 일상언어도 다르고 외래어는
더욱 낯설다. 북에서는 거위를 '게사니'로 헬리콥터를 '직승기'라
부른다. 그래서 탈북 어린이는 수업내용의 절반 이상을 알아듣지
못한다고 한다.
옛날이야기도 다르다. '토끼와 자라'를 보면 용왕은 '날마다 술만
퍼먹으면서 홍땅홍땅(흥청망청) 놀기만 해서 병에 걸렸고, 자라는 높은
벼슬과 재물을 바래서 뭍으로 갔다'고 써있다. 역사책은 더욱 다르다.
북의 어린이 책은 6.25를 승리한 '인민해방전쟁'이라 적었다. 북에서
온 아이들이 역사수업을 가장 버거워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수업 듣기도 벅찬 아이들이 북한사투리 때문에, 또는 북에서 왔다는
이유로 놀림을 당한다고 들었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목숨을 걸고
왔건만 그들에게 남한의 인심은 너무 야박하다. 책 만드는 어른들이 도울
방법은 없을까?
우선 탈북 어린이들이 수업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교재를 만들어야겠다.
통일 후 남북의 통합교육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토끼와 자라'처럼
남북 어린이가 모두 알고 있는 옛이야기를 나란히 실어, 남과 북의
내용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일종의 비교문학적인 어린이 책도 나와야
한다. 통일교육자료집으로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탈북 어린이의 북한 생활과 탈북 과정, 남한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에 관해 인터뷰한 자료를 모아 어린이 책으로 출판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면 남한 어린이도 그들을 따뜻하게 대할
것이다. 남북의 어린이들이 사이좋게 어깨동무할 수 있도록 어린이 책
작가들이 글 솜씨를 발휘하기를 빌어본다.
(김은하 / 어린이도서관 ‘가정독서지도’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