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이 호텔 식사보다 잠실 야구장 밥이 더 그립다고 할 때 제일
기운이 나요."

김은희(24·아워홈)씨는 서울 연고 프로야구단인 LG와 두산 선수들의
식단을 책임지는 잠실 야구장 구내식당 영양사. 선수들의 여름 스태미나
유지라는 중책을 짊어진 사람이다.

주로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이 이용하는 야구장 식당은 1식7찬의 푸짐한
상차림이 원칙이다. 하지만 시즌 중 선수들의 식사량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 식사량이 많으면 몸이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LG 유지현은 국수와 반찬 몇 가지로 저녁을 먹는 스타일이고 양준혁도
소식가. 장염으로 고생하는 권용관은 따로 죽만 먹는다. 두산 정수근도
메밀국수 몇 젓가락이 전부다.

김씨는 단순히 식단만 짜는 것이 아니라 LG와 두산의 선발 투수
로테이션까지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그녀는 "두산 진필 중 투수는 늘
대기해야 하는 마무리 보직 때는 밥공기의 4분의 1만 먹었다"면서
"그러나 선발을 맡으면서 등판하지 않는 날엔 밥을 한 공기 가득
담아주고 있다"고 했다. 치아가 좋지 않은 김인식 감독은 누룽지
예찬론자이며 부상으로 결장하고 있는 거구의 슬러거 김동주는 '집에서
살찐다고 밥을 주지 않는다'는 핑계로 음식을 꾹꾹 눌러 담는
스타일이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일하다 보니 황당할 때도 많다. 경기 중 더그아웃에
얼음 띄운 미숫가루를 주러 갔다가 웃통을 벗은 상태로 얼음찜질을 하는
모습에 놀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덤덤해졌다고.

올해 3월부터 식단 책임자가 된 김씨는 "식당에선 개구쟁이처럼 굴던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싸늘한 프로 승부사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 놀랄
때가 많다"면서 "선수들을 '먹여 내보내는' 일을 맡은 뒤로
프로야구를 너무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