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면파업-가두 폭력시위 선진국선 사라진지 오래 ##


국내 양대 항공사가 파업중이던 지난 14일 홍콩 캐세이 패시픽(Cathay
Pacific) 항공사 조종사들은 사과문(apology notice) 한 장을 공개했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도 있는 파업으로 인해 승객들과 일반인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도 있어 사과드립니다. 아울러 아시아내의 세계
도시(Asia's World City)를 구축하려는 홍콩의 노력에 흠집을 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거듭 사과를 표시합니다."

이 항공사 기내 승무원들은 노사 분규가 벌어지면 '미소 파업'을
벌인다. 회사측과 임금 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고객을 대할 때 절대
웃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환한 웃음이 빠진 기내 서비스의 '쓴
맛'을 맛본 승객들로부터 항의가 빗발쳤다. 그 흔한 피켓 시위나
결항 한번 없이 회사측은 무조건 협상 재개를 선언했다.

프랑스 국영 철도 회사(SNCF)는 프랑스 제일의 강성 노조로 유명하다.
지난 3월말 국영철도 회사는 기관사 노조 주도로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하지만 프랑스 최대 노조 단체인 노동총연맹과 프랑스 민주 노동 동맹은
파업 불참을 선언했다. 니콜 노타 프랑스민주노동동맹 사무총장은 불참의
변을 "고임금인 기관사의 임금 인상 요구는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노조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엄청난 대변신을 하고 있다. 춘투의
일본, 격렬 파업의 대명사 프랑스는 물론, '노조의 원산'이라는
독일에서조차 노조의 가두 시위, 전면 파업, 연좌 농성은 졸업한 지
오래다. 대신 경영자와 '논리' 싸움을 한다.

싱가포르 국영기업 노조 간부 중 절반 이상이 미국 하버드 대학 등
아이비 리그(동부 명문대)에서 학위를 받거나, 연수 경험이 있는
엘리트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의 임무는 분석과 연구다. 향후 경제
전망을 종합하고 기업 실적을 분석한 뒤 경영자 앞에 '보고서'를
꺼내놓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이오키베 지로 다이와 증권 수석애널리스트는 "일본 노조가 몰락한
원인은 바로 '하향 평준화' 강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을
잘하거나, 못하거나 모두 똑같은 월급을 받아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이
능력에 따른 성과급을 요구하는 신세대의 트렌드에 밀려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성 노조로 유명한 영국 브리티시 텔레콤(BT)은 "구조조정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할 정도다. 조너선 다트 주한 영국대사관
서기관은 "영국 노조는 구조조정이 회사를 건실하게 만들고 더 많은
인력을 고용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체험했다"고 충고한다.

노동자의 '탈(脫)노조'바람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2000년말
현재 미국의 총 노동인구 중 노조 가입비율은 13% 수준. 미국 노조는
한때 2500만명이 넘는 노조원을 거느린 '숨은 권력 집단'으로 꼽혔다.
마피아까지 연결된 미국 노조는 한마디로 무소불위였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의 표현처럼 지금 미국 노조는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했다.
미국 노조는 '과도한 임금 인상 투쟁'을 반성하고, '생산성 향상으로
복지를 확대하자'며 구호를 바꾸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네덜란드에선 노조가 없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ING 생명 요스트 케네스만 사장은 "파업의 악순환이 노사
모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노사 모두 뼈저리게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막강했던 세계 제1의 독일 철강 산업의 몰락배경에 대해 알프레드 박
동양증권 시장분석전략팀장은 "노사갈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철강협회 소속 노조는 알아주는 강성노조. 그러나 잦은 파업과 과도한
임금 인상이 독일 철강 업체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켰고, 결국 독일에서
철강 산업을 떠나게 한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 덕분인지 요즘 독일 노사 문화는 한층 성숙했다. 지난 5월
벌어진 독일 국적 루프트한자 항공사 파업 사태를 보자. 노사 양측이
파업에서 타결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보여준 극단적인 절제와 양보는
부럽기까지 하다. 조종사 노조는 1개월 전에 파업 일자를 예고하고,
고객에게 다른 항공편을 이용해줄 것을 적극 홍보했다. 파업 당일에도
조종사가 집단으로 병가를 신청하는 방법으로 단 하루 만에 파업을
끝냈다.

그래도 협상이 진전이 없자 회사측의 동의를 얻어 디트리히 겐셔 전
외무장관에게 중재 임무를 위임했다. 겐셔가 조정안을 내놓자 노사 모두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정부가 정치 성향이 강한 노조를 대신해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주는
사례도 있다.

홍콩 신계의 윤롱공단에 입주한 150개 기업 중 노조는 한곳도
없다.

이곳에 입주한 사우스 차이나 페이퍼(남화조지·SCP) 인사담당 매니저인
샘슨씨. "노조는 정치적인 목적을 노리고 행동하는 경우가 많아서
복지문제는 홍콩 정부(노공처)에 직접 이야기하는 것이 훨씬 해결이
빨라요."

16개 지역 사무소를 두고 있는 홍콩 노공처는 수시로 직접 현장에 나와
작업장 환경·안전문제·임금 지급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노조는
없지만 우리에게 정부가 있다"는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홀리 매카먼 교수(Holly McCammon·사회학)는
"전세계적으로 노조 운동은 파업이나 시위 같이 실력 행사보다는 기업주
고발이나 고소 등 법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