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
헨리 지루 지음 / 성기환 옮김
아침이슬


친절한 할아버지 월트 디즈니가 지어놓았음직한 마법의 궁전
그림으로부터 시작되곤 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왔을까. 누군가는 백설공주나 알라딘 같은 표정을 지으며 즐거움과
순수함이라고 답하겠지만, '디즈니 순수함과 거짓말'의 저자 헨리
지루는 '기업의 야심을 신비화하는 문화정치'를 본다.

영국에서 시작되어 미국으로 건너간 문화이론의 뛰어난 계승자로 보이는
저자는 문화 상품을 내세워 이데올로기적 지배와 경제적 이익을
결합시키는 현대 지배계급의 전형적인 예로 디즈니를 지목한다. 실제로
오늘날의 디즈니는 종이 위에 만화를 그려 파는 소박한 예술가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문화 테크놀로지를 동원해서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을
상품화하고 전 세계에 판매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귀여운 여인' 같은 극영화들 속에서 디즈니가
여성들에게 순응주의를 속삭이는 것은 쉽게 알아차릴 수 있지만,
'라이언 킹'에서 악의 상징인 스카는 선한 사자들보다 털이 검으며
혐오스런 하이에나 떼들이 도시의 흑인이나 스페인계 젊은이들의 말투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은 이 책이 알려주는 새로운 사실들이다. 이처럼
인종과 계급, 성을 둘러싸고 파괴적이며 차별주의적인 미국의 정체성을
선동하는 디즈니에게 있어서 순수함이란 '이념적 도구'일 뿐이다.

저자는 "문화를 둘러싼 싸움이 제도 권력에 대항하는 투쟁의
중심"이라고 단언하면서 '즐거움'을 비판적으로 이용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학교 안팎에 새로운 공교육을 창안하자고 제안한다.
좌고우면하는 학자의 조심성 대신 실천적인 문화이론가의 자세로
역설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영화를 비롯해서 다양한 문화 상품의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는 한국의 '전문가'들에게도 긴요한 윤리적, 정치적
충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 김소희·영화평론가 cwgod@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