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중한 환자들이 용한 의사, 용한 약을 찾아 헤매듯, 세상이 험해지면
사람들은 용한 해결책을 갈망한다. 불확실하고 막연한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아무리 황당한 것이라도 어떤 설명과 해답이 주어지길 원한다.
명쾌하고 단호하며 간편할수록 환호한다.
성경에 이어 미국인들에게 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2위로 꼽히는
'스포크 박사의 육아법'은 "아기를 부모의 침대에서 재우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핵가족화로 육아에 대한 조언을 구할 길 없던
1960년대의 젊은 맞벌이 부모들에게 스포크 박사의 말은 복음과 같았고
갓 태어난 아기들은 엄마 품이 아닌 요람에서 울다 잠들어야 했다.
"모유를 먹이는 것은 원시적이고 괴팍한 행동"이라고 조언하는
의사들도 있었다. 그러나 스킨십을 강조하는 현대의 육아 전문가들은
미국 사회의 비인간화에 이와 같은 육아법도 한 원인이 되었다고
지목한다.
아이들을 키울 때 정말 필요한 것은 전문가의 견해가 아니라 부모의
끝없는 고민과 갈등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 저렇게 하는
편이 나을지 몰라!" 자신의 문제로 밤새워 걱정하고 의논하는 부모를
보면서 아이들은 자기가 사랑받고 소중히 여겨지고 있음을 저절로
깨닫는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내려진 부모의 결정은 비록 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선선히 받아들인다.
우리 사회가 총체적 난국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온갖 전문적 진단과
처방이 넘친다. 저마다 자기 견해가 가장 정확하고 최선의 해결책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한 두 사람 전문가의
설명과 해법이 아니라 온 국민이 함께 하는 오랜, 참으로 오랜 고민과
갈등일 것이다. ( 아주대의대 정신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