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업원 100여명을 두고 있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읍 신라섬유 사장
최종만(46)씨는 요즈음 물 구하는 게 일이다. 한번 쓰는 데 5만~6만원씩
하는 17t짜리 물차를 이용해 하루 100여만원 어치의 물을 사고 있다.
"당장 공장가동이 중단될 상황인데 아무리 비싸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공장에 필요한 공업용수를 공급해주던 양원천은 지난달 13일 바닥을
드러냈고, 지하수도 거의 말랐다. "물차비용을 생각하면 공장을
가동시킬수록 적자지만, 납품 거래처가 끊길까봐 손해를 감수해가며
공장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천군 전곡읍 양원천 일대의 영세 염색·섬유공장은 30여곳. 대부분
거래처를 잃지 않기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적자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가뭄은 농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당장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공업용수도 바닥을 드러내는 곳이 속출하고 있고, 제한급수를 받고 있는
곳도 전국 36개 지역 17만6000여명에 이른다.
뭍에서 뱃길로 4시간30분 떨어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19곳의 관정
집수장 중 4곳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마실 물이 없어 1개월 전부터는
3~4일에 한번 꼴로 오전6시부터 1시간 남짓 가구당 200ℓ의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다. 공급받은 물은 식사 준비에도 빠듯해 주민들은 목욕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이곳 상수도사업소장 변종현(43)씨는 "샘을
파려고도 해봤지만 물이 나오는 곳이 없어 마른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암호가 눈에 빤히 내려다보이는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용산2리
주민들은 목욕이나 빨래를 포기한 지 오래다. 상수원으로 써온 마을
뒤편의 뫼치골 계곡수는 완전히 말라버렸고, 상수원 보호구역인
의암호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어 그림의 떡이다. 이 마을 주민 287명이
하루 쓰는 물의 양은 30t. 하지만 타들어가는 논밭에 우선적으로 물을
대면 정작 마실 물조차 부족하다. 젖먹이들도 제대로 씻기지 못하고
기저귀조차 빨 수 없어 공동 쓰레기 하치장에는 쓰고버린 1회용
기저귀들만 널려 있다.
계속된 가뭄은 각 가정의 식탁까지 주름지게 하고 있다. 채소값은 하루가
다르게 급등해 재래시장과 할인점에서는 지난달보다 배추값이 3배나
올랐지만(3000원), 배추품귀 현상으로 일부시장에서는 '1인당 2포기'로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는 배추경매가격이 매일
연중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주부 김모(35·경기도 일산)씨는 "집근처
할인점에서 배추 한포기에 3000원을 받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요즘은 다른 야채값도 덩달아 올라 시장가기가 겁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