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신발도 배급물품의 하나였다. 1년에 두 번 정도 배정표가
나오면 그것을 들고 국영상점에 가서 헐값에 구입해 신을 수 있었다.
염화비닐로 만든 검은 구두가 배급되면 남녀노소 누구나 몹시 기뻐했다고
한다. 그러나 신발배급은 식량배급보다 훨씬 전에 중단돼 각자 구입해서
신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장마당이나 외화상점에서 구입하게 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아 주민들 사이에서 신발에 대한 스트레스가 대단하다고
한다.

10년 이상 최고로 인기를 누리는 신발은 군대에서 흘러나온 군화다.
북한의 군화는 하족(夏足)이라 불리는 여름용, 동화(冬靴)라고 불리는 털
달린 겨울용, 일반 구두처럼 생긴 단화, 그리고 흔히 연상되는 열병식때
신는 군화(워커화) 모두 네 가지가 보급된다. 그 중 하족과 동화는
군인들 못지 않게 일반인들도 많이 구입해 신는다.

공개적인 매매는 절대 엄금이지만 군인들이 군수품에서 빼돌리거나
자신들에게 보급되는 신발을 몰래 팔게 되면서 일반인도 이런 신발을
신고 다닐 수 있게 됐다. 생고무 밑창에 질기고 튼튼해서 외국산
신발보다 인기가 좋고 500~600원(노동자 평균 월급이 100원 수준)까지
값이 치솟았다고 한다. 공공연히 사고 팔 수는 없어서 장마당의
신발가게에 가서 넌지시 군화를 사겠다고 떠보고 흥정에 들어간다.
인기가 높아지면서 가짜도 많이 등장해 흥정할 때 필히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천운동화도 흔한 신발이다. 고무로 된 밑창에 검은 천이나 흰 천을
대고 만든 운동화는 대체로 폐고무를 재생해 만든 밑창 때문에 며칠만
신어도 망가지기 일쑤라고 한다. 그래도 가격은 노동자 월급의 세 배가
넘는 고가다. 북한의 일반 가정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폐고무
수집은 이 신발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아가씨들은 뒷축높은구두(하이힐)를 마련하는 데 열을 올린다. 이 신발을
신어야 몸매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부유한 특수계층의 자제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퓨마 등의 외제
스포츠화를 외화상점에서 사서 신을 수도 있다. 물론 가죽구두나 부츠도
돈만 있으면 구입이 가능하다.

북한에서 가장 귀하고 갖고 싶어하는 신발은 정작 '장화'라고 한다.
하수시설이 미비하고 포장이 여의치 않아 북한의 대도시에서는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바깥출입이 어려울 정도라 장화를 필수적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 장화는 백화점의 금은수매 매대에 진열돼 팔릴 만큼 귀중품에
속한다. 금은 수매 매대는 귀금속이나 달러화를 주고 받은 영수증을
가져가야 물건을 살 수 있는 곳이다.

신발이 귀한 만큼 신발도둑도 기승을 부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철저히
신발 간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