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 일본의 승리가 더욱 값져 보인 한판이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결승전 장소인 요코하마 국제종합경기장은 일본과 호주의 컨페드컵 준결승전이 벌어지기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영 썰렁했다.
관중석 곳곳이 헐렁하게 비어 있었고, 경기장 인근 신요코하마역 앞에선 컨페드컵 대목을 보겠다고 입장권을 왕창 구입해 둔 암표상들이 휴지조각이 될 처지에 놓인 입장권을 되파느라 비지땀을 쏟을 정도였다.
과연 이런 분위기로 월드컵 결승전을 치러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한데 경기 직전에 꾸역꾸역 밀려든 팬들은 4만7525명에 이르렀고, 7만1416석의 초대형 경기장을 보기싫지 않을 만큼 채웠다.
그리고 경기시작과 함께 내린 폭우를 고스란히 맞으며 끝없이 "닛폰, 닛폰"을 외쳤다.
호주 선수들의 오금이 저릴 정도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일본 선수들에게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한껏 안겼다.
비를 피해 쏜살같이 비상구로 숨었던 A석의 점잖은 양반들도 시간이 갈수록 하나둘 빗속으로 나와 목청을 돋웠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선수들이 공으로 호주를 몰아세웠고, 관중석에서는 엄청난 소음(?)으로 또 호주 선수들의 숨통을 옥죄었다.
그 '12번째 선수들'의 함성 때문인지 초반 호주의 분위기로 흐르던 경기는 점차 일본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나카타의 골로 경기장 분위기는 마침내 극으로 치달았다.
선수들의 투지와 각다귀떼 같은 관중들의 응원은 끝내 일본의 승리를 불러들였다.
팬티까지 폭 젖은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찝찝한 기분으로 전차를 탔겠지만 마음속으로 "10일 결승전 때 또 와서 악을 써야지"라고 신바람냈을 게 분명하다.
선수들은 팬들이 열심히 응원해 주니 좋고, 팬들은 선수들이 이겨주니 좋고.
여하튼 요즘 일본축구는 누이도, 매부도 다 좋은 신바람의 나날이다.

〈 요코하마=최재성 특파원 kkach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