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심리학자는 '야구는 공포를 이겨내는 경기'라고 분석했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두려움 그 자체다. 타자들은 방망이로 공을 쳐내면서
자신을 지킨다는 것. 지킬 것을 지키지 않으면 사람이 다칠수 있는
운동이 야구다.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불문율'이 만들어졌다.

요즘 위협구와 빈볼로 한국프로야구가 시끄럽다. 삼성 갈베스가
지난달 18일 대전에서 한화를 상대로 국내 데뷔전을 치를 당시 한화는
명백한 위협구로 인식, 한화 투수 김정수가 삼성 이승엽을 상대로 머리
가까이 공을 날렸다. 지난 5일 두산 심재학이 갈베스에게 오른발을
맞았고, 공교롭게도(?) 두산 박명환은 곧이어 삼성 진갑용을 맞혔다.

투수의 위협구 논쟁이 새삼스럽지는 않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일급
투수의 잣대는 몸쪽 승부다. 몸쪽 공을 던지지 못하면 에이스가 될 수
없다. 반대로 바짝 붙는 공은 사구로 이어지기 딱 좋다. 미국프로야구
애리조나의 에이스 랜디 존슨은 '공포 특급'으로 통한다. 우스갯소리로
"나는 제구력이 형편없다"며 시속 160km의 살인적인 강속구를 타자몸에
바짝 붙여 알아서 피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몇 해전 존슨은
인터뷰에서 "내가 던진 사구중 실투는 10개중 1개"라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투수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가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의 머리로 공을 날려 파문이 일었다. 당시 빈볼
시비와 보복 여부를 놓고 발렌타인 뉴욕 메츠 감독은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잊었지만 모두 없던 일로 여길 순 없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빈볼은 민감한 부분이다.

이제 갈베스의 공이 과감한 몸쪽승부냐, 위협구냐는 논쟁의 초점이
아니다. 이대로 가다간 누군가가 또다시 다친다. 위협구와 빈볼을
의식한 경기가 제대로 치러질 리가 없다. 분명한 것은 '위협구'는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받아들이는 타자가 느낄 때 '위협구'로 규정된다는
점이다.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 광주=스포츠조선 박재호 기자 jh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