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가뭄으로 전국이 타들어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절수운동이나
벌이면서 비를 기다리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금년 같은 가뭄은
예외적 상황일지 모르지만 우리나라가 이미 물부족 시대에 접어든 것은
여러 면에서 볼 때 분명하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산업활동 증가와
국민 생활수준 향상으로 물소비가 급격히 늘어난데 비해 물공급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년간 정부는 환경보전을 우선한다면서 내린천댐, 동강댐 등
댐건설 계획을 연거푸 취소했지만 이로 인한 물공급 부족에 대해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물소비를 줄이기 위해 취해온 물값
인상, 중수도 설치, 범국민적 절수운동 같은 대책도 제한된 효과만
가져왔다. 정부는 말로는 댐을 세운다고 했지만 지자제 실시후 지역간
갈등이 심해져서 댐을 새로 건설하기는커녕 완공한 댐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충청권과 전북도 사이의 대립 때문에 용담댐이
제대로 담수도 못하고 있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인데도 정부는 이
문제를 남의 일 보듯하고 있다.

우리의 수리권 제도가 취약한 탓으로 물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점도 고려할 문제다. 수리권이 지나치게 기득권화한 탓으로
한쪽에선 물을 낭비하고 다른 한쪽에선 물을 못쓰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농업용수를 관행수리권으로 인정해온 탓으로 물사용이
경제성을 도외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만 하다. 물부족
국가에선 수리권을 엄격한 허가제로 운영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관련법규를 개정해서 관행수리권을 정비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에 대비해서 물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비상대책도 필요하다.

최근 10년간 정부가 수자원 정책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것도 물부족
사태를 초래한 원인중 하나다. 물부족 국가들은 수자원 관리부서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우리는 수자원 부서를 일종의 '환경파괴범'으로
매도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 더 늦기 전에 '물 기본법'을 제정해서
물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수자원정책 부서를 보강해야 할 것이다.
수요관리 정책도 중요하고 상수도관 교체도 중요하지만, 강수량이
하계절에 집중돼 있는 나라는 댐을 건설하지 않을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혀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