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대로의 친수공원이냐 인공적 테마파크냐.』
부산 서구는 5일 암남동 송도해수욕장앞 송림공원과 거북섬을 연결하는
연륙제 기공식을 가졌다. 국비와 시비 등 10억원을 들여
지어지는 연륙제는 폭 5m, 길이 73m 규모로 둑 밑에 아치형 구멍을 뚫어
물 흐름을 자유롭게 하고 둑 위에 상징성을 띤 난간과 조명을 설치해
새로운 명물로 만들어진다.
서구청은 연륙제가 완공되는 내년 1월 이후 재해시설물 E등급을 받은
길이 70m의 구름다리와 섬 안 건축물 5채를 철거, 거북섬을 인공시설물이
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복원한 친수공간으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서구청은 지난 5월 면적 3192㎡의 거북섬을 영화의 폭파장면
촬영을 위한 로케이션용으로 내놓았다. 영화 제작사가 폭파장면을
촬영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건물을 철거, 2억원가량의 철거비용을 줄일
수 있는데다 영화 도시 부산의 명성을 더욱 알릴 수 있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기 때문.
구청측은 이런 안을 부산영상위원회를 통해 각 영화제작사에 알렸고 실제
5~6군데 제작사가 『지금껏 어느 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실감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촬영신청을 해왔다.
그런데 구청측의 계획에 변수가 발생했다.
「중경삼림」「해피투게더」「화양연화」등의 작품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홍콩출신 왕가위 감독의 등장이 바로 그것. 지난달 10일
왕가위 감독은 영화「2046」의 한국분 촬영 헌팅을 위해 한국 투자사
관계자와 함께 부산을 전격 방문했다. 태국 촬영을 마치고 한국에서의
촬영계획을 가시화하려는 행보였는데 해외 헌팅은 주로 아트디렉터의
몫이라는 점에 비추어 이례적인 일이었다.
부산영상위원회 담당자의 안내로 송도 주변와 한진중공업 등 부산일대를
이틀간 둘러본 왕가위 감독은 특히 거북섬을 본 뒤 『주변 해안 절경과
석양이 영화의 로맨틱한 배경 설정에 적합한 장소』라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왕가위 감독은 제작사 자체적으로 건물을 철거하고
세트를 지은 뒤 촬영을 한다는 복안을 내비쳤다.
이 일이 있은 이후 애초 폭파장면 촬영용으로 거북섬을 제공하려던
부산영상위원회는 왕가위 감독을 거북섬 사용자 리스트 0순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내심 왕가위 감독측이 촬영에
이용한 세트를 보존, 거북섬 전체를 테마파크화 해 관광명소로
만들겠다는 계산으로 제작사측의 촬영신청만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서구청측은 테마파크안에 대해 『거북섬의 정비와 개발에 관한 업무는
해수부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사안』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왕가위
감독 정도의 명성이라면 검토해볼 만하다는 생각이다.
결국 거북섬의 운명은 중국의 명감독 왕가위에 의해 결정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