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지침 나올 때까지 옴짝달싹 못한 흔적 ##
느닷없는 북한상선들의 연쇄적 영해침범 사태에 대해 우리 군은 매우 신중한 모습을 보여줬다.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방침을 규정해 놓은 합참 작전예규와 유엔사 교전수칙에 따르면 군은 경고사격 승선을 통한 검색 및 정선 나포 등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군 당국은 고작 무선교신을 통한 통신검색이나 경고방송 같은 소극적 대응을 했다. 왜 그랬는가.
국방부 관측통은 『우리 군부가 최근 현 정부 주도의 남·북관계 등을 민감하게 인식한 나머지 정치적 대응에 주력했다』고 분석했다. 군도 큰 테두리 안에선 정부 안보정책에 따라 움직여져야 하지만 영해침범 등 지극히 실무적·현장적 상황 대응에서 지나치게 미온적으로 행동했다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민간선박인데 불응한다고 무조건 사격 등을 하기는 어렵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김동신 국방장관은 4일 국회답변에서 처음에는 『우리 측의 1000~2000t급 초계함으로는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1만3000t의 북한 선박을 차단할 수 없었다』고 답변했었다. 북한 배의 등치가 너무 커 2년 전 「서해해전」 때처럼 우리 군함이 가로막고 부딪히는 적극적 조치는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김 장관은 또 『당시 상황은 군사뿐 아니라 정치외교적 측면이 복합된 것이어서 국가 안보위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어떻게 확산될지 모를 문제인데 쉽게 결정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군 간부들의 말을 종합하면 결국 「북한 배」이기 때문에 함부로 다룰 수 없었다는 논리가 성립된다. 거기에는 군 스스로 실무적 군사행동까지 정부 권부의 시각과 판단에 의거해 처리하려는 정치적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이번 대응에 비판적인 군의 한 간부는 『만약 햇볕정책 전에 군이 이런 대응을 했다면 문책감』이라며 『최소한 현장상황에서까지 정부 상부방침을 기다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비판했다.
군 당국에선 북한 선박에 대한 항로변경 요구 함정을 이용한 밀어내기식 항로변경 특전대 투입 등을 통한 강제정선 등 단계별 대응조치를 마련해놨으나 최악의 시나리오는 수뇌부 지시에 의해 실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군의 행동은 한편으론 한국 안보의 특수성을 감안한 신중한 행위라는 긍정적 측면과, 그렇더라도 군의 프로패셔널리즘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유화적일 수 있느냐는 비판적 측면이 상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