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상선이 제주해협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이어, 4일 오후 동해 독도 영해까지 침범하려함으로써 의도적으로 서·남·동해 전 영해를 동시다발적으로 전면 침범하려 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인 의도가 숨어 있다는 데 대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
단순히 수송비와 시간을 절감하려는 경제적 실리확보 목적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와 미국의 부시 정권에 대한 간접적인 불만표시가 담겨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미국의 부시정권 출범 이후, 북한의 요구사항을 김 대통령 정부가 전연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겨냥, 무언가 현상타결의 돌파구를 찾고 있는 듯하다는 것이다. 무해통항을 한다고 한다면 사전에 정부에 통보를 하고 양해를 구할 수 있었는데도 그런 당국간 대화나 절차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 송영대(송영대) 전 통일부 장관의 분석이다. 따라서 이 같은 도발적 행동은 부시 정부와의 협상을 앞당김과 아울러 협상에서의 유리한 카드를 손에 쥐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의도적 도발은 제주해협 침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지나치게 유화적인 대응이 더욱 촉발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북한의 영해침범을 ‘무해통항권’으로 인정해줌으로써 오히려 북한에 그릇된 상황 인식을 키워주었다는 지적이 강하다. 북한 상선들이 제주해협 침입에 이어 곧바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통과한 것도 우리측의 첫 대응이 단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는 1998년 북한 무장 잠수정의 동해안 침입 때에도 ‘사죄’를 받아내지 못하고, 북한군의 시신만 인도해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었다.
또 남북한이 협상을 통해 해결할 문제를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남북대화 전문가인 이동복 전 의원은 “북한이 NLL을 무력화시키고 무해통항권을 확보하겠다는 의도를 협상으로 해결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들어와 기정사실화하겠다는 것을 정부가 도장을 찍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도 “적대국간의 해양 이용이나 경계선 관할 문제는 협상으로 해결해야 하며, 그 전에라도 우리 선박도 북한 지역의 무해통항권을 확보하는 상호주의에 입각해 대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 상선이 ‘상부의 지시를 받았다’고 말하는 등 이번 사건이 의도적인 침범임을 밝혔으면 일단 제지하고 북측의 공식 입장을 들은 후 처리한다든가 대화를 요구하는 식으로 대응했어야 했다”면서 “정부가 ‘6·15 공동선언’에 너무 매달려 북한에 대해 제대로 된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