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침략과 전쟁을 찬미하는 위험한 교과서가 일본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시판되기 시작했다. 역사 교과서 왜곡을 주도한 우익단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과 이들의 교과서를 제작한 산케이신문사 계열 후소샤는 4일부터 자신들이 만든 ‘역사’와 ‘공민(도덕 교과서에 해당)’ 교과서를 일반 서점에서 팔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날 마이니치·요미우리·도쿄·산케이신문 등 주요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게재하는 파격적인 선전도 시작했다. 이들은 광고를 통해 ‘지금 화제의 새 역사 교과서를 서점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부디 제1장부터 시대순으로 읽어주십시오. 당신은 처음으로 일본을 주인공으로 한 하나의 작은 이야기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라고 선전하고 있다. 각 교과서는 권당 980엔(약 1만원)으로 일반 서적에 비해 상당히 싼 가격이다.

시내 주요 서점에는 이들 교과서를 판매하는 특설코너가 대부분 별도로 마련됐다.
도쿄 시내 간다 서점가의 대형서점 산세이도는 1층 입구와 역사서 판매 코너 등 두 군데에 별도로 판매대를 설치, 관심을 보였다. 서점 관계자는 기자에게 "판매량과 판매대 설치 이유 등 이 교과서와 관련된 일체의 내용에 대해 답변하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다"면서 "사진 촬영도 허가를 받아 직원 입회하에 해야만 한다"고 조심스러워했다.

관심있게 교과서를 살펴보던 야마기와 고로(29)씨는 “한국에서 우려가 있는 것은 잘 안다”면서 “새롭게 사실을 해석하는 교과서가 하나 추가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 몇몇에게도 ‘평가’를 요청했지만, 모두 “관심은 있다” “(교과서 문제가) 잘 해결되면 좋겠다”는 정도였다.

한 군데에만 판매대를 설치한 대형서점 ‘쇼센그란데’의 판매 직원은 “정확한 판매량은 알 수 없지만 오전 중에 역사 교과서는 별로 팔리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함께 배포된 공민 교과서가 상당히 판매된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새…모임’측의 교과서 사전판매 행위는 지금까지 어떤 출판사도 한 적이 없는 것으로, 다른 출판사들은 이를 불공정행위로 문제삼고 있다. 그러나 일본 문부과학성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간단한 우려만 표명했을 뿐, 이들의 행위를 적극 제지하지 않고 있다.

교과서를 제작한 우익 진영은 내년도 중학교 역사 교과서 시장의 10%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번 시판도 홍보효과를 노린 것으로, 여론의 관심을 끌어 7월 말로 예정된 지방자치단체의 교과서 채택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술이다.

우익 진영의 이번 교과서 시판은 일반적인 일본 국민들이 과거 역사에 대해 얼마나 반성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아니면 과거 침략역사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또 오는 7월 있을 교과서 채택 결과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진단할 수 있는 좋은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