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는 두 가지 비극적 요소가 있을 뿐이다. 인간은 잘못을 저지르는 법이라는 것, 그리고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는 것이다.”
앤서니 퀸은 영화와 삶 모두에서 정력적 모습으로 화려한 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그가 내내 죽음을 준비하며 썼던 자서전 ‘원 맨 탱고’(1997)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짙은 회한이었다.
‘희랍인 조르바’와 ‘길’의 명배우 앤서니 퀸이 3일 오전 미국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 호흡 곤란으로 별세했다. 그의 나이 86세. 그는 60년이 넘는 기간을 스크린에서 활약하며 ‘노틀담의 곱추’ ‘아라비아의 로렌스’ ‘25시’를 포함해 150여편이나 되는 출연작을 남겼다.
퀸은 1915년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미국으로 이주해 ‘가출옥’(36)으로 데뷔한 그는 오랜 무명 생활 끝에 말론 브랜도 동생 역을 맡은 ‘혁명아 자파타’(51)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따내면서 주목받았다. 이어 페데리코 펠리니의 ‘길’(53)에서 생존 에너지로만 똘똘 뭉친 듯한 차력사 역을 맡아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일상 속에서 환희를 찾으라고 말하는 열정적 그리스 농부 조르바(희랍인 조르바·64)는 연기 경력의 절정에 달한 앤서니 퀸의 실제 모습에 그대로 겹쳤다.
그는 늘 거친 남성적 캐릭터들을 연기했지만 실제 삶에선 화려한 여성편력을 과시했다. 1937년 세실 드밀 감독의 딸 캐서린과 첫 결혼을 했지만 리타 헤이워스를 비롯한 숱한 여배우들과 밀애를 나눴다. 57년 두 번째 결혼식을 올렸지만 93년 퀸이 비서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는 바람에 97년 파경을 맞았다. 퀸의 자녀들은 81세의 나이에 낳아 화제가 된 마지막 아이를 포함해 13명에 달했다. 퀸은 최근엔 오랜 꿈이었던 화가와 조각가로서의 삶에 더 집중했다.
말년에 퀸은 부모 묘지에 한 번도 찾아간 적이 없었음을 떠올리며 “그들은 내 가슴 속에 살아있고, 내 주변 어디에도 존재한다. 형식적 애도는 싫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가 떠난 지금 이젠 팬들이 자신의 가슴과 주변을 더듬어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