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평전
찰스 펜 지음
김기태 옮김·자인

"현재 살아있는 어떤 민족 지도자도 적의 총칼앞에서 그토록 오랫동안
그리고 집요하게 맞선 인물은 없다" 1969년 베트남 호치민
주석이 타계했을 때,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바친 고별사다. 베트남
최대도시였던 사이공은 그의 이름을 딴 호치민시로 바뀌었고, 베트남을
남북으로 관통하는 도로에는 '호치민 국도'란 이름이 붙었다. 생전뿐
아니라 사후에도 호치민은 여전히 베트남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20세기의 중요한 정치적 인물 가운데 베트남 호치민 주석만큼
생애가 베일에 쌓여있는 사람은 드물다. 호치민은 많은 글을 남겼지만
대부분 논쟁을 위한 글이었고, 일기나 편지도 거의 없다. 20대때
뱃사람으로 세계를 떠돌았지만, "프랑스로 간 다음, 아프리카를 돌고,
영국과 미국을 거쳐 유럽의 많은 나라를 둘러봤다"는 식의 간단한
기술만 있을 뿐이다.

AP 통신 기자로 동북아시아를 누빈 찰스 펜은 호치민의 어린 시절부터
타계까지 전 생애를 그려냈다. 2차대전 동안 미국 CIA 전신인 OSS에
근무한 저자는 당시 독립투쟁을 하던 호치민과 직접 접촉한 적도 있다.
생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북 베트남에 대한 권위있는 저술을 참고한
호치민 평전은 그의 개인사뿐 아니라 베트남 현대사를 알차게 담아낸
역사책이다. 그는 생전에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하지만 심장마비로 죽기
한달전 "미국은 지고 있다"고 국민들에게 연설했다. 그리고 6년뒤
베트남은 통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