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이 지난 며칠간 외쳐온「인사쇄신」등「정풍」의
목소리는 기본적으로 청와대의 국정운영 체제 및 그 방식에 대한 문제
의식과 그로 인한 심각한 위기감에서 비롯한 것이다.「안동수 사건」이
그 빌미가 되긴 했으나, 지금과 같은 통치로는 민심을 되돌려올 수 없고
집권세력의 앞날도 보장될 수 없다는 팽팽한 위기의식이「대통령을
제대로 보좌 못하는 청와대 비서관들과 비선그룹」에 대한 인책론과
「당기능 강화」로 표출된 것이다.
민주당의 김중권 대표는 이러한 목소리를 담아 어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으나, 대통령은 앞으로의 인사쇄신 등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이 없이
오는 6일 청와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자신이 직접 주재해 폭넓은 대화를
하겠다는 것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 보였다. 최고위원 뿐 아니라
원내의원, 원외위원장, 특보단도 차례로 만나 대화를 가질 것임을 밝히는
한편 김대표의 사의를 반려했다.
이는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자신의 국정운영의 기본 틀에 별다른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되며, 청와대 수석 등에 대해서도
무슨 큰 변화를 구상하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제의 안동수
건에 대해 김 대통령은『안 법무장관을 10년 동안 내가 잘 알고,
인간성과 역할을 고려해 임명했다』고 그 책임소재를 자신에게
돌림으로써「추천자 인책」가능성도 배제한 셈이 됐다.
이는「이번 안동수 사건은 작년말 다짐했던 대대적 국정쇄신책을
유야무야로 만들고 지금까지 걸어온 결과의 필연적 산물」이라는 당내
소장파 의원 등의 인식을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그 당시 「대대적 국정쇄신책」은 실종되고 그대신 나온
것이「강한 정부」「강한 여당」이며「의원 꿔주기」와「3당
정책연합」인 게 사실이다. 그러나「강한 정부와 여당」은 몇몇 실세와
비선그룹에 의해 좌지우지돼 왔고, 이번 안동수 사건은 이러한 국정운영
방식의 필연적인 결과물로 부각된 것이다.
지난 며칠 간의 민주당을 뒤흔들었던 국정쇄신의 목소리가 어제 대통령의
말 그대로「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해 국정과 당 운영에 참고하는」
정도의 역할로 그치고 만다면, 그리하여「찻잔속 태풍」으로 그치고
만다면 이 정부와 집권당은 정상적인 정치로의 복귀와 민심회복을 위한
귀중한 역전의 기회를 상실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