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 성서 가르침도 시대상에 비춰 해석해야" ##
"이제 우리는 종교 평화 없이는 세계 평화가 불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유일신 신앙에 입각한 기독교는 다른 종교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매우 중요합니다. 이와 관련, 그동안
배타주의·포괄주의·다원주의 등의 입장이 제기됐지만 모두 한계를 안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정오 서울 구로구 항동 성공회대 성미카엘 성당에서는 이 학교
신학과 교수 정양모(65) 신부의 은퇴 기념 예배 및 고별강연이
열렸다. 가톨릭의 대표적인 성서학자인 정 신부는 서강대 종교학과에서
22년간 재직한 후 지난 99년 9월 성공회대로 옮겨서 강의해 왔다.
정양모 신부는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는 배타주의는 무한한 사랑을 지닌
하느님을 일정 범주 속에 가두려는 잘못된 생각으로, 종교계와 사회에
불화를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또 비기독교인도 양심에 따라
성실하게 살면 '익명의 그리스도인'이 됨으로써 구원을 받는다는
포괄주의는 좀 더 개방적이기는 하지만 막상 다른 종교와의 대화나
화해에는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구미에서는 1960년대부터 종교의 다양성을 그대로
인정하자는 다원주의가 대두됐다. 구원은 하나이지만 거기에 이르는 길은
여럿일 수 있다는 종교다원주의는 우리나라 기독교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정 신부는 현재의 다원주의 역시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종교들의 공통점과 추상적 원리를 뽑아내려는 다원주의는 개인의
신앙면에서는 절실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은 각 종교의 기원과 역사에 대한 철저한 역사비평과
해석학적 접근이다. 이를 통해 각 종교가 주관적 신앙을 객관화하고
특수한 신앙을 보편화할 때 진정한 종교다원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 신부는 이런 입장에 서서 기독교인들에게 성서를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이해하고 동양 고전과 관련하여 해석할 것을 권유했다. 또 예수의
삶과 죽음, 부활을 공부하고 그를 닮기에 힘쓰는 한편 성서의 가르침을
다른 종교와 연결지어 보도록 당부했다.
정 신부는 1936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가톨릭대학 신학부와 프랑스
리옹 가톨릭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신약성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할아버지 때부터 가톨릭을
믿은 독실한 신앙 집안에서 5형제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바로 아래
동생 정학모 신부(대구 대봉동성당 주임신부)와 막내 정웅모
신부(서울대교구 홍보실장) 등 '3형제 신부'로도 유명하다.
정 신부는 '마르코 복음서' '마태오 복음서' '사도행전
이야기' '이스라엘 성지-어제와 오늘' 등 21권의 저서를 갖고 있다.
평소 사제 독신제·여성의 사제 서품·신앙 토착화 등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을 표명해 온 정 신부는 이 때문에 지난 97년 로마 교황청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로부터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는 은퇴 기념 문집에 실릴
'예수 찾아 40년'이란 글에서도 교회 쇄신에 소극적인 천주교 지도부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고 있다.
정양모 신부는 "이제 시간적 여유도 생긴 만큼 '요한복음 이야기'
'로마서 이야기' 등 성서를 쉽게 일반인에게 소개하는 책을 쓰는 데
힘을 기울이고 싶다"고 말했다. ( 이선민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