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 단원들과 포즈를 취한 크리스토퍼 쉰 대구 경일대 교수(왼쪽).=대구 <br><a href=mailto:younghan@chosun.com>/허영한기자 <

'자원봉사자의 힘'이 대구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개막전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됐다.

30일 부슬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자원봉사 신청자 900여명
가운데 800여명은 약속 시간인 오전 9시30분까지 집결해 안내, 주차,
통역, 청소 등 임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경기장 정문에서 주차 안내를
맡은 78세의 이원호(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대구 자원봉사자들 중
최고령자다. 88년 올림픽 때 일본어 통역을 했던 이씨는 "올림픽 이후
일본어가 부족하다는 걸 깨닫고 학원을 다닌 끝에 94년 '일본어 능력
1급 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통역이 아니라 주차요원을
맡아 조금 아쉽지만, 생전에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기쁘기 한량없다"며 활짝 웃었다.

대구 경일대 영문학과 캐나다인 교수 크리스토퍼 쉰(30)씨는 경기장
정문에서 영어 통역을 맡았다. 97년 한국에 온 쉰씨는 "캐나다는
일본에서 경기를 갖지만 한국을 사랑해 자원봉사를 신청하게 됐다"고
했다. '최용수' 이름이 새겨진 붉은 색 유니폼을 입은 그는
"캐나다에서도 많은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며 "2002 월드컵에선
제자들과 함께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자원봉사를
신청한 외국인은 5개국 9명으로 대부분 통역 담당이다.

그러나 자원봉사자 운영이 대구시와 월드컵조직위로 이원화되면서 손발이
맞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처음 자원봉사에 나선
남병우(35·자영업)씨는 "경기 당일에야 임무를 교육받아
당혹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