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당국간 대화를 사실상 거부해온 북한이 갑자기 민간중심의 6·15
한돌기념「민족통일 대토론회」를 금강산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하고 나와
그 저의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색된 현재의 남북관계가
정상적으로 움직이려면 지난 3월 중단된 남북 장관급회담이 재개되고
적십자회담이 다시 열리며, 경의선 복원을 위한 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는
것이 순리이다. 김정일 답방도 좋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이 6·15 합의정신을 살리는 길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언제 다시 열 것이라든가 어떻게
하겠다는데 대해서는 말 한마디 언급도 없이 「통일 대토론회」부터 들고
나온 것은 과거의 범민족대회나 이른바 남북연석회의를 앞세우던 과거의
행태로 되돌아 간 인상을 준다. 남북한과 해외동포들을 다같이
참여시켰던 범민족대회는 주한미군 철수와 연방제 실현 등
북한체제선전장으로 활용됐던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나아가 우리
내부에서는 이들 행사에 참석하려는 재야와 이를 막으려는 공안당국간의
대립이 그치질 않았으며 사회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번 통일대토론회는 물론 남측 통일관련 단체들의 「6·15
공동행사」제의에 응하는 형식이지만 북한이 그동안 남측의 실무접촉
제의 등에 아무런 응답이 없다가 갑자기 다시 제의하고 나선 것은
나름대로 노리는 것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더구나 정상회담 이후에는
과거와 달리 「합법적」으로 남북한 및 해외동포들을 참여시킨 가운데
행사를 치를 수 있게 되었다.

6·15선언을 김정일의 업적으로 선전해온 북한은 이 토론회를 통해
「김정일 영도」를 자랑할 것이며 합의서의 「자주」항에 근거해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할 것이다. 과거와 같이 북한 체제선전장이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도 남측의 통일관련 단체들과
노동단체들은 이 모임에 참석할 뜻을 비치고 있다. 남북문제가 당국간
회담을 통해 제도화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고 민간중심의
「운동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은 우리로선 받아 들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