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간 한국서 벌어지는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를 우리 시청자들은
못 보는 것 아냐?"

월드컵의 국내 TV중계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대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국내 TV방송사들은 월드컵 중계권자와 계약을 아직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공동개최국인 일본은 지난해 11월, 독일은 지난 1월 속속
중계권 협상을 마쳤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FIFA(국제축구연맹)측과 협상
테이블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FIFA로부터 방송중계권을
위임받은 마케팅대행사 ISL의 파산은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규창 KBS 월드컵 방송기획단 단장은 "ISL은 파산했지만, FIFA측이
대신 독일의 키르히 그룹에 한국 방송중계권을 주겠다고 말해 곧
키르히측과 대화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며, "워낙 높은 중계권료를
요구해 방송중계권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고
밝혔다.

KBS·MBC·SBS 등 방송 3사로 구성된 한국방송단(KP)은 지난 99년 11월
이후 세 차례 ISL측과 접촉을 가졌지만, 협상이 결렬돼 지난해 5월 이후
대화가 멈춘 상태다. 방송 3사간의 스포츠 중계 과열경쟁은 중계권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공중파TV 중계 외에
케이블TV, 위성TV 등의 계약을 일괄적으로 타결하려 했으나, TV 3사가
모두 케이블·위성방송에 참여할 계획인 데다, 지난해 말 MBC가 '박찬호
야구 경기' 독점중계권을 따내면서 방송사 스포츠국간 갈등이 심화돼
공동 보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도 높은 중계권료 때문에 공중파 TV가 월드컵 전 경기를
중계하는 데는 실패했다. NHK와 민방으로 구성된 일본 컨소시엄(JC)이
64경기 중 40경기 중계에 63억엔(약 661억원)을 ISL사에 지불하기로
양자간 가조인을 맺었다. JC는 ISL이 전 경기 중계에 250억엔이란 엄청난
액수를 요구해 64개 전 경기의 방송을 단념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24개
경기는 135억엔으로 전 경기 방영권을 획득한 통신위성방송
스카이퍼펙트TV가 중계하기로 했다. 독일의 경우 공영 ARD·ZDF가
2억5500만마르크(약 1400여억원)에 독일 내 중계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컵 방송중계 주관사인 KBS측은 국내 중계를 낙관하고
있으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 방송사들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