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우리가 우승할 차례가 돌아왔다."
미국 LA에 강진이 몰아친 지난 93년. 'LA 지진' 소식을 접한 브라질
국민들은 쾌재를 불렀다고 한다. 남의 나라에선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속으로는 "따봉"을 외치며 휘파람을 불었고,
언론들도 앞다투어 지진 참사를 대서특필했다는 것. 이유는 '월드컵
개최국에 지진이 일어나면 브라질이 우승한다'는 행운의 징크스
때문이었다. 94년 미국월드컵 전까지 삼바축구가 월드컵을 제패한 것은
58년 스웨덴월드컵과 62년 칠레월드컵, 70년 멕시코월드컵 등 3차례.
그런데 대회를 앞두고 신기하게도 계속 지진이 일어났다.
특히 62년 칠레월드컵 개막 2년전인 60년엔 칠레의 오소르노 화산이
폭발해 수많은 희생자를 냈고 사회기반시설도 처참히 파괴됐다. 급기야
월드컵을 반납하란 여론까지 나왔지만 카를로스 디트볼 칠레축구협회장이
국제사회에 호소해 별탈없이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때도
브라질은 결승전서 체코를 4대1로 당당히 누르고 세계최강을
확인했다. 하지만 브라질은 70년 멕시코월드컵을 끝으로 '축구황제'
펠레가 그라운드에서 사라진 뒤 20년간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던중
94년 미국월드컵을 앞두고 LA에 강진이 몰아쳤으니 '행운의 지진'이라고
보고 흥분할 수 밖에. 브라질은 축구로 해가 뜨고 축구로 해가 지는
'축구교 신도'들이 사는 나라. 어쩌면 이들의 행동은 자연스런 반응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브라질은 94년 미국월드컵서 이탈리아를 꺾고 감격의
우승컵을 안았다. 연장전 뒤 승부차기서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조가
실축해 브라질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브라질 국민들은 '월드컵
개최국의 지진이 브라질에겐 행운'이라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2002년 월드컵을 1년여 앞둔 요즘 브라질의 일부 짓궂은 팬들은
일본열도의 화산들이 폭발하기를 은근히 기다리는지도 모른다. 한국과
공동개최를 하지만 일본은 결승전을 유치한데다 툭하면 지진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가지 공교로운 것은 브라질 출신의 아벨렌제 전 FIFA 회장이 2002년
월드컵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일본이 꼭 월드컵을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는 점이다. 혹시 '행운의 지진'을 염두에 두고 일본 손을
들어준 것은 아니었을까.
〈 스포츠조선 신향식 기자 sh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