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세계 각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불교유적인 바미얀 석불을
파괴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근본주의 세력인 탈레반 정권이 22일
국내의 힌두교도들에게 신원확인용 표식을 부착하도록 강제하는 법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해 국제적인 반발을 사고 있다.

탈레반 정권의 모하메드 왈리(Mohammed Wali) 종교경찰장관은 이날
"소수파 종교 신자들의 신원이 확인돼야 한다"며 "아프가니스탄에는
기독교도와 유대교도가 없으며, 시크교도들은 터번을 착용하기 때문에 새
법안은 힌두교도에게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고지도자
모하메드 오마르(Mohammed Omar)의 허가가 떨어지는 대로 법안이 시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압둘 하이 무트마인(Abdul Hai Mutmain) 탈레반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힌두교도들이 종교경찰로부터 공연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려진 조치라면서, "힌두교도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이슬람
교도들과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종교경찰은 거리를 순찰하며 이슬람
여성들의 복장과 남성들의 기도예식 참석 여부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

나치정부가 유대인들에게 노란색 별을 옷에 달도록 했던 조치를
연상시키는 이번 법안은 국제사회의 격렬한 비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소수민족에 대한 명백한 차별 행위를
통탄한다"며 "(이러한 법안)은 탈레반의 사상적 기반이 얼마나
후진적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인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맹비난했다.
인도 전역에서는 탈레반을 상징하는 인형을 불태우며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리처드 바우처(Richard Boucher) 미 국무부 대변인은 "남과 구분되는
복장이나 표식을 착용토록 강요하는 것은 해당 집단을 낙인찍고
고립시키는 행동이며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수천여명의 힌두교도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지는 23일 힌두교도 남성들은 면도를 하기 때문에
수염을 기르는 이슬람교도들과 신원이 혼동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