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의 소멸이 안타까우니 세계화와 현대화를 저주할 수 있다.
그것은 헛된 미망에 빠진 짓이다. 전통문화는 고여있지 않고 흐르기
때문이다.
비관적 현상이 있더라도 전통문화는 계승될 것이므로 안심해도 괜찮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도 낙관적인 처사이다. 전통문화의
훼손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통문화가 소멸되든 말든 나와는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태도는 너무나 안이하다. 세상을 부유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일은 창조적인 과제이다. 전통문화의 바람직한
창조는 교육 개념의 일단에 의해서 좌우되리라 추정된다. 또한
언론매체의 지원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전통문화 가운데 이
두 가지 분야의 절대적 지원을 받아야 할 대상이 급격하게 소멸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사투리이다.
세계화시대에 사투리를 보존하자니 이 무슨 정신나간 소리인가? 세계화는
획일화가 아니라 다양성의 추구이다. 다양성의 추구는 어떤 바탕에서
마련되어야 하므로 사투리를 잘 써야 다양성의 자질을 키울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초등학교에 군 단위 이하의 사투리 교과서를 편찬해
가르치고, 군 단위 유선방송을 설치해서 사투리 소식 알리기와 우리
고장의 이야기, 소리, 풍속 등을 사투리로 전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화가
세계화임을 깨닫게 해야 한다.
전통문화의 창조적 계승은 결국 시대마다의 절실한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는 데서 찾아야 마땅하다. 전통은 굽이쳐 흘러가면서 여러 가래로
굽이치는 물살이다. 흐름을 간파해서 고이지 않고, 썩지 않게 해야 한다.
( 김헌선·경기대 한국동양어문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