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기준 세계 3위의 거대항으로 성장한 부산항이 비싼 하역료와
서비스 부재 등으로 인접국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져, 수지가 맞는
냉동화물이 인접국으로 몰리고 있고 덩치만 크고 이익은 별로 없는
화물만 부산항의 창고를 채우고 있다. 이때문에 동북아
허브항·국제물류도시로의 도약이 헛구호로 그칠지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간 10만~15만 의 환적 냉동수산물을 취급하는 A사. 러시아나 미국쪽
수산업자들과 일본 등지의 수입업자를 중계하는 것이 주 사업이다.
그런데 A사는 최근 취급물량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 러시아쪽 물량의
경우 지난해에 비해 무려 70% 가까이 줄었다. 기존에 거래를 해오던
화주들이 『부산의 하역코스트가 너무 비싸다』며 중국 칭다오로 발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A사와 같이 외국 화주들을 대리해 국내 대리점들로부터 물량을 받아
영업하는 B상선측도 『올해초부터 물량 감소세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B상선 관계자는 『환적 화물, 특히
부가가치가 높은 냉동물은 신발, 합판산업의 몰락으로 수출물량이 급감,
위기에 몰렸던 선사들을 살려준 주역이었다』며 『이런 추세라면
냉동물에 관한 한 부산항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미주로 나가는 컨테이너물량의 30%를 처리했던 C해운
냉동팀 역시 냉동물량 급감에 따른 영업전략 수정에 부심하고 있다.
냉동팀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부산을 찾는 물량이 60%정도 줄자 화물
유치경쟁이 벌어져 일반컨테이너의 2배에 이르던 냉동컨테이너 운임도
30%정도 떨어졌다』고 말했다.
부산항을 찾는 전체 환적 물동량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돈이되는 환적
냉동물동량, 특히 냉동수산물들은 부산을 떠나고 있다. 환적 대리점 업계
및 해운업계는 이미 40~70% 정도 물량 감소를 겪고 있다. 이런 감소세는
최근 칭다오가 환적 냉동물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세일즈를 펼치기
시작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여파는 냉동창고업계와 중소조선업계에도 미치고 있다. 환적 냉동물을
보관하는 냉동창고들의 재고율도 손익분기점이 되는 60%를 밑돌고 있다.
환적작업을 위해 부산을 찾는 러시아 냉동운반선 수리 및 정비작업을
주로하는 부산소재 중소 조선소들도 일감이 20~30% 줄어 들었다.
외국화주들은 부산기항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항운노조에 의해
설정된 하역요율 및 하역시스템을 꼽고 있다. 이들은 현재의 요율체계가
경쟁항에 비해 할증율이 지나치게 높고 특히 수작업이 필요없도록 포장된
화물에 대해서도 할인을 해주는 대신 수작업 요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칭다오를 갔다온 한 외국선사 관계자는 『시간과 비용, 서비스
면에서 칭따오는 이제 부산을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000 짜리 화물을 하역한다고 할 때 부산에서는 4일 걸릴 일이
칭다오에서는 이틀이면 된다』고 말했다. 부산항에서는 작업량이 하루250
을 초과할 경우 당 50%가 할증된 요금을 내야돼 야간하역을
포기해야하지만 칭다오에서는 주·야간, 휴일에도 할증요금을 낼 필요가
없어 24시간 하역을 할 수 있다는 것. 이 관계자는 『칭다오를 택한
화주는 이틀 용선료 1만2000달러와 싼 하역료 등 부산에 비해
1500만~1600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외국선사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항운노조가 정한 최소작업량인
250 을 넘지않을 경우 하역량에 상관없이 무조건 250 을 하역할 때와
같은 요금을 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게차 등으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화주쪽이 포장을 해오더라도 일률적으로 수작업
요율이 적용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같은 경우 유럽에서는 50%,
중국과 일본은 30%의 하역료를 할인받는다는 것.
이처럼 외국화주들이 등을 돌리면서 대리점 업계와 해운업계에서는
『이제 회사를 청도로 옮겨야하지 않겠느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세관 등은 『그런 일이
있었느냐』며 『환적 물동량은 분명증가세인데…』라며 뒷짐을 지고
있다. 현재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세관 등은 부산항을 거쳐가는 환적
냉동물량 관련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부두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책임자는 기자가
하역요율 등 외국선사들의 불만을 질문하자 『잘모르겠다. 항운노조에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그저 굴러오는 호박』을 눈앞에서 놓치고 있는 부산과는 달리 칭다오의
경우 항만청장과 세관장이 관련 업체 대표들과 함께 세계 최대의 수산물
수입국인 일본을 돌면서 물량유치를 위해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칭다오가 지닌 강점을 부산과 비교해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은 물론
심저어 『냉동물을 실은 선박에게는 컨테이너 전용부두도 내주겠다』고
공언하고 나서고 있다.
연간 20만~30만 이 부산을 거쳐가는 것으로 보이는 환적 냉동물은 장치비
정도만을 떨어뜨리는 일반화물과는 달리 가공비, 운송료, 창고사용료,
선별료, 선박수리료 등의 형태로 부산지역에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또 외국화주를 대신해 환적 업무를 처리하는 대부분의 국내
대리점들이 국내 선사를 이용하는데 냉동 컨테이너의 경우 운임이 일반
컨테이너의 2배 가까이에 이른다.
부경대 장영수 교수는 『이런 추세라면 관세자유지역,
자유무역지대, 2004년 건립 예정인 국제수산물거래소 등을 통해
국제물류도시로의 도약을 준비중인 부산시의 청사진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재의 하역요율을 합리화하고
하역시스템을 현대화하지 않는한 수산물 물류 중심지로 도약하려는
부산의 노력은 물량확보 단계에서부터 장벽에 부닥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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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적 (Transhipment ; 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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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한 선박에 실려진 화물이 바로 목적지로 향하지 않고 다른 선박에
옮겨 실려지는 것.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컨테이너가 중국에서
바로 미국으로 가지 않고 한중항로 운항선박에 의하여 부산항으로
수송된 후 부산항에서 부산~북미항로의 대형선박에 옮겨 실은 후
미국으로 수송되는 경우가 그 예에 해당. 환적 컨테이너는 부두
배후교통수요를 유발하지 않고, 부가가치가 높기 때문에 항만당국
입장에서는 「황금알」로 불리며 세계 항만들간 환적컨테이너 유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