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세력이 어떻게 하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을까? 여기엔 두 가지
가설이 있을 수 있다. 『내가 잘했으니까…』를 기조로 하는 포지티브
전법과 『상대방이 나쁜 사람들이니까…』를 바탕으로 하는 네거티브
전법이 그것이다. 우선 떠올릴 수 있는 가설은 포지티브 전법으로서의
'개혁성공 시나리오'다. 개혁을 성공시켜 중산층과 서민층의 지지를
확고하게 확보하는 전법이다.

그러나 이 전법은 지금의 시점에선 희망이 없다. 의사들이 신문광고를 내
'반정부 투쟁'을 으름장을 놓고, 교원들이 "우리를 개혁대상으로
취급하느냐?"며 항의하는가 하면, 대학교수들이 '신지식인론'과
'실력없는 교수들 퇴출' 운운하는 현 정권의 오만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한, 전문직 중산층의 마음을 사기란 꿈같은 이야기다. 서민층의
지지라는 것도, 민주노총 시위대가 근래에 와선 돌연 'DJ퇴진'까지
부르짖는 것을 보면 그것 역시 물을 건너가도 한참 건너간 것 같다.

또다른 포지티브 전법이라 할 '남·북'은 그렇다면 지금 어떻게 돼
있는가? '남·북'이야말로 이 정권의 권력재창출 집념의 핵심 중의
핵심이요, '목을 매다시피 하는' 동아줄이 되고도 남을 만했다. 그래서
만약 김정일이 서울에 와서 '남·북 평화선언'이라도 맺을 수 있다면
국민투표를 해서라도, 아니 개헌을 해서라도 정권재창출을 위한
파천황의 돌파구를 만들 수도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그 가장
화려할 뻔했던 '김정일 다목적 쇼'가 그만 부시 안보팀의 "대화하되
북한의 불량한 행동에 대해 보상을 해서는 안 된다"로 어이없이
김빠지고 말았다. 그렇다고 정권재창출의 보증수표라 할 경기가
'금년 하반기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점괘 그대로 살아나 줄 것 같지도
않다. "수출이 증가하지 않는 한 국내소비 증가세만으로는 우리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밝지 않은
전망이기 때문이다.

'남·북' '개혁' '경제회복'을 주제로 한 정권재창출 시나리오가
이렇듯 모두 다 별볼일없는 가설이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재집권을!'의 유일한 대안은 그렇다면 네거티브 전법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첫 번째 고전적 메뉴로 떠올릴 수 있는 것이 다름아닌
반대진영의 분열, 비판세력의 무력화, 다른 목소리 침묵시키기,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흠집내기…를 구사하는 '추악한 전쟁' 방식이다. 그러나
이런 전법도 그렇게 엿장수 마음대로 호락호락 먹혀들 것 같지가 않다.
한동안 야당 몇몇 의원들이 개헌이니 정계개편이니를 들고나왔지만,
그것이 'DJ냐 반DJ냐'라는 가장 압도적인 국민적 관심사를
희석시키지는 못했다. 그런가 하면 전방위 계좌추적에도 불구하고
비판언론의 논조가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을 볼 때 '비판세력
침묵시키기' 역시 허망한 부메랑 꼴밖엔 안 될 것 같다. '모략부대와
목청부대'를 활용하는 '미운X 골탕먹이기'도 너무 상투적으로
만성화하다 보면 "또 저러는군…" 하는 무관심을 사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포지티브 가설과 네거티브 가설이 모두 이렇게
'해보았자…'라면 다른 묘수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그런
영양가 없는 가설들일랑 아예 쳐다보지도 말고 진실로 만인의 우러러봄을
살 수 있는 지도자다운 인격과 품성을 이제라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민심은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다. 천하를
얻느냐 못 얻느냐 하는 것은 결국은 국민의 마음을 사느냐 못 사는냐
하는 데 달려있다. 김 대통령은 그동안 이 간단한 이치를 접어둔 채 너무
인위조작적인 '기교'와 '계책'에만 매달려 살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사는 법」을 고칠 기색조차 없어보인다는 점에 우리 정치의
암울하고도 험난한 앞길이 예고돼있는 것이다. (논설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