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전문용어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적당한 우리말이 없기
때문이다. 의학용어는 따로 커다란 사전이 있을 만큼 엄청나게 많지만,
주로 일본에서 번역된 한자 용어라 일반인이 알아듣지 못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렇다고 모든 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일도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또 우리말에는 영어처럼 긴 단어나 구절을 줄여 약어로 간단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도 한 이유다. 「후천성면역결핍증」이라고 하는
것보다 「에이즈(AIDS)」라고 부르는 것이 더 간결한 것 처럼
의료현장에서는 의사들끼리 쓰는 약어가 더 편리하기 때문이다.

간혹 환자가 알아듣지 못하게 쉬운 내용도 일부러 어렵게 전문용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 물론 환자가 알아서 좋을 게 없거나, 투병의지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에 해당되는 일이다.

사실 의사들이 쓰는 용어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근본적인 이유는
의사들에게 「말하는 기술」과 「시간」이 없다는 데 있다.
의과대학에서는 수많은 질병들에 대해서 배우지만, 그 어려운 내용들을
환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는 배우지 않은
탓이다.

같은 질병을 앓고 있더라도 환자가 누구냐에 따라 설명하는 방법이
달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데, 대부분 그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의학 교육자들은 의대생들에게 「의사 소통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 박재영·의사 「청년의사」 편집주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