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교사가 자신을 폭행한 학생들에게 차례로 복수하는 미국영화가
수입추천된 적이 있다. 슬럼가의 한 고교에 부임한 교사가 문제학생들에게
몰매를 맞자 한 명씩 상해를 가한다는 내용이다. 총기난사까지 서슴지
않는 미국의 학교폭력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이 영화는 메시지도 강하고
완성도도 높았으나 심의에서 통과되지 않았다.
교사가 학생에게 복수극을 펼친다는 것은 아무리 픽션이고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라도 우리 정서에 맞지 않을 뿐더러 교육현장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엊그제 스승의 날에 광주의 모
고교에서 30대 교사가 학생 10여명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학생들이 폭행사실을 인정하고 반성하면 용서하려 했으나 학생들이 이를
부인하고 학교측이 사건을 희석시키려고 해 여론에 호소했다는 변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니 진상이 밝혀질 것이다. 경위야 어찌됐건
교사가 말을 듣지 않는 학생의 머리카락을 잡고 교실 밖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폭행이 이뤄졌다니 교사의 지도방법이 지나쳤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학생 십수명이 선생을 발로 짓밟고 주먹질을 했다는 교사의 말이
입증된다면 이 나라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게다가 이를 부인한다는 것은
교실붕괴 못지 않은 무서운 일이다.
오죽했으면 교사가 사건 3일 후에 털어놨는지 그 심정을 헤아릴 만하다.
'스승공경''교권보장'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교실에 들어갈 수 없다'는 교사의 절규는 더욱 충격적이다.
교사는 한 명이고 학생은 다수인데 이런 식의 집단반항이 일어난다면
무장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스승의 날에는 명암이 갈렸다. '촌지'구설수가 두려워 임시휴교를 한
학교가 적지 않은가 하면, 모처럼 옛스승을 찾은 제자들이 감사의 꽃을
가슴에 달아드리는 흐뭇한 모습도 많았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옛날 도리를 오늘에 적용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스승과
제자간의 신뢰가 무너지는 세상이라면, 그리고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식이라면 '스승의 날'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