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 교육이 갈수록 암담해지고 있다. 누군가 우리 교육을 한쪽으로
몰고 가려한다. 「공교육 붕괴, 사교육 번창」이라는 뒤바뀐 현상 때문에
유엔에서조차 걱정할 정도로 우리 교육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정부와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찾기에 몰두하기는커녕, 백가쟁명식
집단이기에 휩싸여 분열상만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양상이다. 이러다간
우리 교육이 회복불능의 상태로 전락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대통령의
「이 소리」에 맹목적으로 추동하는 교육당국, 당국의 무책을 비난하며
절망하는 교사들의 항의소리…. 지금 이 나라의 교육은 혼돈 그 자체다.
정부는 공교육을 되살리기 위해 오는 6월까지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했다고는 하지만 예산확보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내년부터 3개년에 걸쳐
교원 2만2000명 증원, 학교 1099교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한 대책들을
실현시킨다고 해도 공교육이 살아난다는 보장은 없다. 문제는 주로
「오도된 개혁」에서 빚어지고 있는데 이를 외면한 채 예산부족에만 그
탓을 돌리고 있으니 결과가 뻔한 것이다. 「오도된 개혁」이란 정부가
평등주의 교육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공부하지 않는 분위기를 유도한
점과, 개혁의 주체로 활용해야 할 교원들을 개혁대상으로 취급하는
바람에 그들의 사기를 극도로 저하시켜 놓은 점으로 요약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실현성도, 실효성도 의문시되는「개혁」에 매달리면서
「교육계 흔들기」를 계속하고 있다. 여당이 법인이사회의 무력화를
겨냥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려 하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사학의 특성을 조금만 생각해 봐도 그것이 무리임을 쉽사리 알
수 있으련만 일부 그룹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수용해 밀어붙이고
있다. 이에 자극받은 탓인지 이번에는 한국교총이 교원 정치활동을
관철하겠다고 선언해 파문을 빚고 있다. 모두가 무엇이 교육적이고
무엇이 2세교육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는 뒷전에 밀어둔 채 힘겨루기를
통한 땅 따먹기에만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엔 전국 국ㆍ공립대 교수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경쟁력이 없는 교수는 퇴출시켜야 한다』는 요지의 발언에 대해 항의
성명서를 내고 있다. 교수회는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대학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애써온 6만여 대학교원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정부부터
정책실패와 반민주성에 대해 겸허하게 반성하고 먼저 개혁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요구했다.
지금 일선학교에서는 많은 학생들이 교과서를 지참하지 않아 골치를
썩이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이 『무거운 책을 왜 메고 다니느냐』며
책가방 무게줄이기 경쟁을 벌인 결과 생겨난 풍조라는 것이다. 실정이
그럴진대 문제를 바로잡는 일은 거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교과서도
없이 등교하는 학생을 바로잡는 일, 그것은 「도식적 평등」이 아닌
「창의력 경쟁」체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