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꿈'이란 작품으로 연극무대에 설 준비를 하는 요즘,
연극과 관련된 인사를 많이 받는다. "임성민씨, 연극 하신다면서요?
저희 회사에서도 보러 가고 싶은데 초대권 넉장만 보내 주십시오."
"네…." 얼떨결에 대답하지만 나는 뭔가를 도둑맞은 것 같은 우울한
기분에 빠진다. 너무나도 쉽고 당연하게 공짜표를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해보니 나도 예전에 아무렇지도 않게 배우에게 초대권을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연극에는 독특함이 있다. 정해진 시간에 약속된 장소에 가지
않으면 배우의 연기를 볼 수 없는 매체가 연극이다. 영화처럼 필름을
돌리면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TV 드라마처럼 녹화해 놓고
두고두고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연극에서는 배우의 포장된 이미지도 기대할 수 없다. 영상매체는 배우의
장점만을 잘 부각시켜서 인물을 얼마든지 예쁘고 근사하게 부각시킬 수
있지만, 연극은 배우의 장점 뿐 아니라 단점까지 모조리 드러나는 냉정한
무대다. 그만큼 배우에게는 혹독한 훈련이 요구된다. 연극은 배우가
시간을 투자해 연습한 만큼만 정확히 드러나는, 정직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연극 티켓 값이 너무 비싸다고 말한다. 하지만 식사 모임이나
술자리에서 무심코 쓰는 돈을 생각해보면 그런 말이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대학시절 나는 후미진 소극장에 연극을 보러갔다가 내내 운 적이
있었다. 극이 슬펐다기 보다는 열연하고 있는 배우가 불쌍해 보여서였다.
지금은 제목도 생각나지 않는 그 연극의 입장료는 1000원이었고, 극장
안에는 50명 남짓 앉아 있었다. (방송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