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 히데키 교수(왼쪽) 진정일 교수

## "한국의 과학연구 모방만 말고 창의성 키워라" ##


노벨석학 대담시리즈 마지막 순서로 같은 동양권인 일본에서 지난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일본 쓰쿠바대 재료공학부 시라카와 히데키(65)
명예교수로부터 한국의 과학기술연구풍토가 어떻게 바뀌어야 노벨상을
탈 수 있을지에 대해 들어봤다. 시라카와 교수는 현재 '일본
통합과학기술회의' 의원으로 '21세기 일본의 과학기술정책'을
입안중이다. 대담자인 고려대 화학과 진정일(59) 교수는 국무총리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기획평가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편집자)


▲진정일 교수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동양인으로서 이 같은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라카와 히데키 교수 =그런 질문을 자주 받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견해에 대해 생각을 달리합니다. 자연과학이 서방 유럽국가들에
의해 시작돼 많은 업적들이 그들에 의해 이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동양권 국가들의 사회수준도 서방 유럽과 거의 동질성을
유지한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창의성 문제가 많이 해소되고 있습니다.

▲진 교수 =일본은 노벨과학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는데 비결이 뭡니까?

▲시라카와 교수 =일본에서는 저를 포함해서 6명(노벨상 수상자는 총
9명)이 노벨과학상(물리학상 3명, 화학상 2명, 의학상 1명)을
수상했습니다. 이는 메이지유신 이래 서구문명을 그만큼 빨리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연구인력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연구투자비는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인력을 양성하고, 더 많이 투자해야 합니다.

▲진 교수 =한국에서도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도록 조언을 해
준다면.

▲시라카와 교수 =우선 한국과학자들이 외국과학자들과 보다 많은 교류를
통해 친분을 쌓아야 합니다. 그리고 한국인 과학자들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만 모이는 분파적인 행동을 삼가야 합니다. 일본은 과거
60~70년대는 모방을 통해 과학기술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80~90년대는
스스로 창의적인 연구를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선진기술을
모방만 하지 말고, 창의적인 연구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진 교수 =아시아권 과학자들은 자국어 외에도 영어로 논문을
발표해야 하는 언어 핸디캡을 가지고 있는데.

▲시라카와 교수 =최근 50년 이래 노벨상 수상자가 영어권으로부터 많이
배출됐지만, 노벨상을 선정하는 스웨덴 역시 비영어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언어적인 요건도 중요하지만 해당 국가의 연구분위기가
더 중요합니다. 특히 초·중·고등학생 시절의 어린 학생 때부터 탄탄한
과학교육을 받는 것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진 교수 =일본도 최근 경제가 어려워져 일본 정부에서 경제위기
타개책으로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위기 타개를 위한 과학기술 부흥책은 뭡니까?

▲시라카와 교수 =일본 정부는 기술경쟁력을 더욱 높이기 위해 총리실
산하에 과학기술정책위원회를 설립하고, 거의 매일 회의를 열고
있습니다. 일본은 앞으로 BT(생명공학)·NT(나노기술)·에너지연구 등 총
8개의 국책연구사업을 중점 추진하면서, 향후 5년간(2001~2005년)
과학기술 연구개발비로 24조엔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는 과거
5년(96~2000년 17조엔)에 비해 무려 40% 이상 증가한 것입니다.

▲진 교수 =한국의 우수한 과학기술자들이 최근 과학기술자 홀대에 반발,
외국으로 이탈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의 뛰어난 젊은이들은 미래
과학자를 꿈꾸기보다는 금융인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일본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시라카와 교수 =일본도 역시 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최근 이 문제 때문에 매우 염려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일본
문부성은 초·중·고등학생의 교과과정을 수정해서 보다 많은 학생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진 교수 =일본 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잃는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시라카와 교수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우선 의무교육
교과과정에서 과학수업시간이 예전보다 다소 줄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경제발전에 따른 대량생산체제하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문제 등의 이유
때문에 과학에 대한 학생들의 반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어려운 수학·물리·화학 같은 과목을 전공한 졸업자들의 보수가 다른
분야에 비해 높지 않다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많은
초·중·고등학교 교사들이 과학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고, 과학교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복합적인 문제들이
작용해서 일본 청소년들이 과학을 멀리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진 교수 =일본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풀 계획입니까?

▲시라카와 교수 =현재 일본 문부성은 '통합학습'이라는
과정을 추진중입니다. 이는 스스로 다양하게 생각하도록 유도해서
창의력을 높이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줄이고, 학생들이 과학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생각입니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초등학생 때나
그보다 더 어린 시절부터 담당교사와 학부모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과학교사들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재교육도 꾸준히 확대할
계획입니다. 저도 중학교 3학년 때 작문 선생님이 미래의 꿈을
기록해보라고 해서 '인류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고분자화합물을
합성하고 싶다'고 얘기한 것이 계기가 돼 화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진 교수 =우수한 대학생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시라카와 교수 =쓰쿠바대학에서는 일본 최초로 3학년 과정의 소수 우수
대학생들에게 대학원 교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습니다.
쓰쿠바대학의 학제는 석사는 2년, 박사는 5년 과정으로 구분, 박사가
되려면 석사과정을 따로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또 치바대학에서는
우수한 고등학생들에게 2학년을 마친 후 곧장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습니다. 당연히 우수한 학생들은 평등교육으로부터 열외를
시켜야 합니다.

▲진 교수 =일본의 기술경쟁력 근거는 튼튼한 기초과학 육성책
때문입니까?

▲시라카와 교수 =물론 기초과학의 공헌이 큽니다. 하지만 여전히 특정
응용목적을 위한 연구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근래 들어 문제점이 있다면
일본의 기초과학자들이 논문을 많이 발표하지만, 특허로 연결되는 기술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는 교수나 연구원 평가시 특허출원을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특허출원비용을 연구비용으로 지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진 교수 =최근 노벨상 수상자들은 공동수상자들이 많습니다. 그만큼
국제적인 공동연구가 중요한데, 일본은 어떻게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고
있습니까?

▲시라카와 교수 =일본의 JSPS(Japan Society for Promotion of
Science)에서는 일본이 관심이 있는 국제적 공동연구에 재정적 연구비를
직접 지원합니다. 또 일본과 외국 대학이나 연구소 간에 연구협력을
권장해서 외국과의 교수·연구원·학생 교환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시라카와 교수 약력

-- 1936년생
-- 도쿄공업대 공학박사(66년)
-- 쓰쿠바대 재료공학부 교수(79년~2000년)
-- 일본 고분자학회에서 수여하는 고분자학회상 수상(83년)
-- 고분자과학공적상 수상(2000년)
-- 2000년 노벨화학상 수상
-- 쓰쿠바대 재료공학부 명예교수
-- 일본 총리실 산하 통합과학기술회의 의원

■진정일 교수 약력

-- 1942년생
-- 서울대 화학과 석사(66년)
-- 미국 뉴욕대 화학과 박사(69년)
-- 고려대 화학과 교수(74년~현재)
-- 국무총리 산하 기초기술연구회 기획평가위원장(99년~현재)
-- 영국왕립화학회 펠로
-- 미국뉴욕과학아카데미 정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