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아버지가 이 세상에 안 계셔도 어버이날은 매년 찾아와 저는
빨간 카네이션 대신에 하얀 카네이션을 한 송이 사서 아버지 사진 앞
꽃병에 꽂아둡니다.

15년 전 아버진 갑자기 쓰러지셔 제 곁을 떠나셨죠. 유언 한마디 없이,
그토록 아끼시던 하나밖에 없는 이 딸에게 잘 있으란 한마디 인사도 없이
그렇게 무정하게 저 세상으로 훌쩍 가시고 말았어요. 갑자기 아버지가 안
계신 이 세상은 내가 30년 넘게 의지하고 기대던 따뜻한 세상이
아니었어요.

그때 이미 결혼해 아이 엄마가 된 나였지만 마음은 항상 어린아이처럼
아버지께 의지하고 있었나봐요. 어린 시절 제가 대여섯살 때 아버진 제
꼬막손을 잡고 낚시터에 데리고 가셔서 지렁이를 잡고 있는 저에게 집
없는 아이, 톰소여의 모험, 성냥팔이 소녀, 플란더스의 개 등 세계명작
동화를 나직이 들려주셨죠. 그때 그 이야기들은 너무나 신기하고
재미있어 난 아버지 낚시터에 가시는 날만 손꼽아 기다렸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 제가 우등상을 탄 기념으로 그 당시(1960년대)
구하기도 힘든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제 책상에 놓아주셨죠. 전 그걸로
노래, 드라마 등을 들으며 꿈많은 소녀로 쑥쑥 자랐습니다.

대학시절, 아버진 제 팔짱을 끼시고 제 대학에도 같이 가셔서 등록금도
손수 내주시고 다정히 대학교정을 내려오던 그때를 기억하시죠? 방학 때
내려가면 아버진 제가 좋아하는 전복을 바구니에 한 아름 사들고 오셔서
어서 먹으라고 하시며 저 먹는 것만 봐도 배가 부르신 듯 당신은
배부르다고 몇 점 드시지도 않으셨죠. 철없는 저는 너무나 맛있게 접시를
비웠어요.

그리고 드디어 제가 결혼하러 가던 날 아침 아버지께 그동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큰절을 올릴 때 아버진 너무나 가슴이 벅차다며
눈물만 글썽이셨죠. 아들 없이 딸인 저 하나만 키우신 아버지께 제가
결혼해서 처음한 효도가 아들 손자 낳아서 아버지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나요? 아버진 손자놈을 무척이나 사랑하시며 저에게 되레
"고맙다"고 하셨어요.

“사랑은 주는 거다”라고 다정하게 웃으시며….

그리고 아버진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저 세상으로 훌쩍 가셨답니다. 전
아버지께 사랑을 받기만 하고 드리지 못한 마음이 이렇게 아프고
죄송해서 아버지를 쉽게 제 마음에서 보낼 수가 없었어요.

아버지, 진정 다시 꼭 만나고 싶었어요. 당신이 저에게 물려주신 재능을
꺼내어 음악으로, 노래로 꽃피워보고 싶었어요. 저도 꿈많던 아버지의
소중한 딸이었잖아요?

음악에 가까이 가는 지난 10년간은 정말 너무나 힘들었답니다. 그러나
아버지를 만나는 길이라 생각하고 집안일 하며, 남편과 아이들
눈치봐가며 음악공부에 지쳐 저는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저에게 힘이
되어 다시 일어나라고 하셨어요.

아버지, 전 이제 당신을 그리는 곡 '아버지'와 중년은 다시 시작하기에
멋진 나이라는 주제로 '중년은 아름다워'라는 곡을 CD에 담았어요. 제
이야기를 실은 어느 잡지에선 저에게 '싱어송 라이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어요. 아버지, 이 이름이 마음에 드시나요?

아버지, 중년이 되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제가 아버지께 받은 사랑을
이 사회와 어려운 이웃들에게도 나눠줄 수 있는 자랑스러운 딸이 되도록
노력할 게요. 하나님 곁에서 평안히 쉬시며 절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하얀 이 카네이션 가슴에 달고 웃어보세요.

아버지 사랑해요. 영원히….

( 주부작가·‘전업주부 꿈에 도전하다’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