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산황동의 야트막한 야산. 덕양구청에서 승용차로 5분 정도 걸려 농가와 전원주택들이 어울려 있는 주택가를 지나 좁은 산길 입구에 들어서자 쓰레기 썩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작은 잡목들이 우거진 입구에는 스티로폼 박스 100여개가 쌓여 있었고, 가정에서 버린 스피커와 소파, 옷장 등 온갖 쓰레기들이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었다. 쓰레기 더미는 높이가 2 가량에 길이가 50여 에 이르렀다. 취재팀을 안내한 이 지역 환경단체 회원 정연홍(39)씨는 “예전에 자주 산책오던 곳인데 요즘은 냄새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려 발길을 끊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길 안쪽으로 좀더 들어가자 1.5ℓ들이 음료수 페트병과 유리병이 작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누군가 조직적으로 쓰레기를 갖다 버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 병원에서 쓰는 링거병과 화공약품이 담긴 플라스틱통 수십 개가 눈에 띄었고, 다른 한쪽에는 무덤 크기로 오물과 뒤범벅된 흙이 10여 군데 쌓여 있었다. 정연홍씨는 “폐기물 처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몰래 버리고 간 것이 틀림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 곳곳이 불법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분당, 평촌, 일산 등 수도권의 베드타운을 이루는 도시 인근 야산과 주택가의 후미진 곳이 ‘쓰레기 하치장’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가 집계한 우리나라 수도권의 연간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99년 기준 776만884 , 공장과 건축현장에서 나오는 사업장 폐기물은 1704만1010 이다. 이 수치는 ‘합법적’으로 처리되는 쓰레기일 뿐, 그늘에서 은밀히 거래되고 파묻히는 쓰레기 양은 추정치조차 잡기 어렵다. 특히 폐기물 처리 업체들의 경우 직원 10명 미만의 영세업체가 대부분이어서, 이들이 폐기물 처리보다는 불법 투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들이다.
더욱 큰 문제는 쓰레기 불법 매립자들에 대한 단속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불법 매립자 검거율은 ‘제로’에 가깝다.
경기도 성남시 복정동 일대 야산과 농경지 주변, 하남시 감북·초이·풍산동 일대 도로와 인근 야산·농경지 등은 대표적인 쓰레기 불법 투하 지역이다. 이곳 주민들은 “새벽녘에 수십 대의 덤프 트럭이 주택가 인근 야산에서 굴착기까지 동원해 쓰레기를 흩뿌리고 가는 장면이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고양시 덕양구청 청소행정과 전두일(59)씨는 “하루 평균 10~20건의 불법투기 신고를 받고 출동한다”며 “서울에서 이곳까지 트럭으로 폐기물을 싣고 와 버리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수도권 신도시 일대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은 쓰레기 더미 위에 지어진 경우가 허다하다. 작년 4월 경기도 안양 평촌시 ‘학운 공원’은 운동장을 넓히기 위해 땅을 파던 도중 폐기물이 쏟아져 나와 20 트럭 98대 분량의 쓰레기를 실어냈다.
인근 평촌 공원도 지난 식목일 나무를 심기 위해 땅을 팠다가, 폐기물이 쏟아져 나와 허겁지겁 덮어 버렸다. 안양환경운동연합 안명균(39) 국장은 “건축물이 들어선 뒤 주위보다 땅이 약간 높아진 곳이 있다면, 공사 과정에서 불법 매립한 뒤 복토한 지역”이라며 “신도시가 들어선 경기도 일대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은 사실상 ‘쓰레기 밭’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