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그저 감독님께 미안할 뿐이죠." 80년대 후반,
'컨트롤의 교과서'라고 불리면서 프로야구 최고의 기교파 투수로
명성을 날렸던 한화 이상군(39)이 3일 두 번째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이상군은 통산 100승76패30세이브 방어율 3.30의 기록을 남겼다.
―96년에도 은퇴했다가 복귀했는데.
"다시 복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팀 사정이 어려워 나이를 먹도록
현역에서 뛰었지만 후회는 없다. 주변에서 김정수(39)와 나, 그리고
우리팀 마무리 투수 누네스(37)까지 묶어 '노인정'이라고 놀리는
소리를 더 이상 안 듣게 돼 좋다."
―완전히 은퇴하는 소감은?
"홀가분하다. 현재 팀 후배들이 잘해주니까 부담이 없다. 하지만 올해
팀에 보탬이 된 게 없어 감독님과 후배들에게 너무 미안하다. 원래 내
역할이 셋업맨인데 후배들의 승리를 날려버릴 때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이광환 감독이 은퇴를 권유했나?
"나도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고, 팀 투수력이 어느 정도 정비가 된
상태여서 감독님께서 의사를 물으실 때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현역 생활에 미련은 없나?
"전혀 없다. 다시 컴백해서 개인적인 목표인 통산 100승을 채웠고, 네
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라가서 미끄러진 한도 지난 99년에 풀었느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올 시즌은 코치 등록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단 불펜에서
게임에 나갈 투수들을 봐 주는 게 내 임무다. 현역 시절 경험을 살려
경기를 풀어나가는 노하우를 전해주겠다."
―어떤 코치가 되고 싶나?
"인정을 받고 싶다. 선수들이나 윗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노력보다는
야구계에서 인정하는 코치가 되고 싶다. 결국 내가 가르치는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게 인정 받는 길이다. 선수를 키운다는 말을 하는데
사실 코치는 선수들이 잘 하도록 도와주는 존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