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왜 프로구단을
운영하지 않을까. 돈벌이로 따진다면 이만한 기업도 없을텐데. 명문
프로구단들의 유니폼에 박힌 로고만 보고 이들 기업이 보유한 팀으로
착각해선 안된다. 다국적 기업들이 프로스포츠에 직접 투자하는 일은
결코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프로구단을 운영하면서 불상사가 발생하거나 성적이
바닥일 경우, 이들 기업이 감수해야 할 부정적인 인지도는 엄청난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세계 시장이 통합되는
분위기에서 이미지 제고를 위해 특정국에서만 프로구단을 꾸렸다간 자칫
소비자들로부터 우물안 개구리로 찍힐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안호이저-부시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구단을 매각하고 스포츠 이벤트의 스폰서로 주로 나서는 것도
다국적 기업의 이런 생리에서 비롯됐다.

덕분에 나발을 부는 쪽은 FIFA(국제축구연맹)나 IOC(국제올림픽위원회)
같은 경기단체들이다. 특히 월드컵이 200여개 국가의 400억명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잡으면서 FIFA는 돈벼락을
맞았다.

FIFA의 2002년 월드컵 공식 파트너(Official Partner)는 아디다스,
버드와이저, 코카콜라, 후지-제록스, 후지필름, 현대자동차, JVC,
한국통신, 마스타카드, 맥도널드, 질레트 등 11개사. 삼척동자도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이들 기업들로부터 FIFA가 챙긴 돈은
대략 4억달러(약 5200억원)를 넘어선다. 그런데 이같은 액수는 각종
시설물이나 소모품 지원액을 제외시킨 것이다. 2년전 FIFA와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현대자동차는 3000만달러(390억원)의 권리금과 함께
행사차량 2000대를 공짜로 빌려주기로 했다. 공식 파트너를 따내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는 일본의 도요타자동차와 피튀기는 경합을 벌였다고
한다.

기업이 돈을 쓰는 만큼 FIFA는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부여한다. FIFA의
공식 파트너는 철저한 독점의 논리가 적용된다. 각 업종별로 1개 기업만
계약을 하며, 스폰서에게는 엠블럼 마스코트를 사용할 권리와 함께
경기장마다 2개의 광고판(A보드)을 제공한다. 경쟁업체가 무임승차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월드컵 출전국 선수들이 착용하는 유니폼이나 장비는 FIFA의
계약과 관계없이 인정하는 게 불문율. 따라서 FIFA와 스폰서 계약에
실패한 기업은 '매복 마케팅(Ambush Marketing)'을 통해 만회하고 있다.
98년 월드컵에 이어 내년 월드컵에서도 물을 먹은 나이키가 각국
축구협회와의 스폰서 계약에 거액을 퍼부는 이유도 경쟁사인 아디다스를
염두에 둔 고육지책이다.

〈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