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도시 정수장에서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환경부 조사 결과는 수돗물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증폭시켜 주는
것이었다. 미국 정부의 공인된 검사법을 따른 이번 연구 결과는 수돗물에
대해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바를 대체로 확인해 주었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정수장도 시설을 보완한 후 다시 검사했더니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염소소독을 철저히 하고 수도관을
정비하면 바이러스는 박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많은 정수장이
염소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번에 조사한 중소도시 31개 정수장이 공급하는 수돗물 중 무려 7곳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이는 전국에 산재한
소규모 정수장 네 곳 중 한 곳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수돗물 속의 극미량의 바이러스는 인간 건강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검출될
정도의 수돗물은 보다 치명적인 다른 오염인자에 의해 오염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수돗물이 크립토스포리디움 같은
포자충과 병원성 대장균(O-157)에 의해 오염되면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 실제로 1993년에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시에서는 포자충에 오염된
수돗물을 마시고 수십 명이 사망했다. 작년 5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작은
마을에선 병원성 대장균에 오염된 수돗물을 마신 노약자들이 사망했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겠기에 각별한 주의가
요망되는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안전한 수돗물을 보급하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서울 등 대도시를 주로 의식한 것이었고,
중소도시와 농어촌은 소외시켜 왔음이 이번 조사로 분명해졌다. 상수도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도시와 농어촌의 상황은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당국이 중소도시 수돗물 관리에 보다 관심을 두었다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국가정책이 서울 등
대도시 중심으로 돼가고 있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지방 중소도시주민을
짓누르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도시 주민은 수돗물마저 못 먹는다는 말이
나온다면 그것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