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66.7%)과 전화방(26.0%)에서 만나 4시간 이내(57%) 성 관계를
가진다." "학업 성적 전교 수석을 다투는 모범 여중생이 용돈 마련을
위해 원조교제에 빠지고, 여고생이 원조교제 상대 남성을 협박,
1000여만원을 빼앗아 충격을 주고 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원조교제' 관련 신문 보도의 내용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 관람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4개월 동안 300여회에 걸쳐 원조교제를 한 가출
여고생 이야기도 등장했던 적이 있다.

원조교제는 이제 대표적인 청소년 성범죄의 한 유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듯하다. 최근 들어서는 '도와주며 교제한다'는 미명이 무색할
만큼 원조교제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의 거래 관계가 위험수위를
벗어나면서, 원조교제는 보다 대담하면서도 은밀한 방식으로 확산 일로에
있다는 느낌이다.

원조교제는 주로 10대 중·고생이나 가출 청소년이 용돈 마련 및 소비
욕구 충족을 위해 아르바이트 형태로 하는 것이 특징이기에 그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
비교적 자유롭게 선택한다는 이점(?)이 있다. 원조교제 경험자들은
"원조교제를 하는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지
못하는 것이 수치"라는 말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자신의 성을 파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나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특징을 보이기도
한다.

원조교제 당사자인 이들 10대는 기성세대가 제공해주는 물질적 부를
손쉽게 향유하면서 동시에 기성세대의 위선을 냉소적으로 바라보며
자신을 합리화하기도 한다. 일례로 일본에서는 원조교제를 경험한 10대
대부분이, 권위와 억압으로 상징되는 부모 세대에 대해 멋지게 도전할 수
있었다는 데서 희열을 느꼈다는 보고를 읽은 적이 있다. 탈출구는 보이지
않은 채 무너져 내리고 있는 교육현장에 서서, 방황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의 상황 또한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이다.

원조교제를 선택하는 수요자의 사회심리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원조교제의 저변에는 성을 매개로 한 남성의 권력 행사 및 통제
방식이 자리하고 있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단 남녀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성을 통한 지배와 통제의 환상을 실현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때 자신의 '열등감'을 숨긴 상태에서 유약함을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남성들 앞에 원조교제는 하나의 비상구로 다가온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성 관계 자체가 상품의 속성을 지니게 되면서, 마치 새로운
상품에 대한 구매욕이 끊임없이 일어나듯 성 관계에서도 더욱 자극적이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갈망하게 된 상황에서, 10대 미성년과의 성
관계는 새롭고 자극적인 성 상품 자체를 구매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구매
욕구를 불러일으키리라는 해석 또한 가능해진다. 사회가 권위적이고
억압적일수록 성 풍속 산업이 성장한다는 사실은 곰곰 새겨볼 만하다.

결국 원조교제란 것이 성을 통해 권력과 통제를 행사하는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폐해와 성의 상품화를 부추기는 소비 자본주의의 파괴력,
여기에 남녀간의 '적절한 관계'를 규정해줄 규범적 공백이 결합되어
나타난 사회문제라 할 때, 이에 대한 해법은 결코 용이하지는 않으나
문제의 제반 원인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실마리가 풀리리라 생각한다.

현재로서는 원조교제를 방치할 경우 유형·무형의 사회적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판단 아래, 사회적 '자정' 능력이 작동하리라는 데
희망을 걸고 싶다. 문제는 사회적 자정 능력이 하루아침에 키워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성의 의미를 성찰해보는 성교육 시기를 더욱
앞당김은 물론, 원조교제를 부추기는 소비 자본주의의 파괴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대안 논리의 개발 또한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될 것이다.

(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