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반쪽'이 돌아온다.

믿음직한 수비로 정평이 난 두산의 '살림꾼' 김민호(32)가 내려앉기만
하던 타격 페이스의 밑바닥을 쳤다. 지난해 8월15일 LG전 2회초
최향남의 투구에 맞아 오른손 검지가 부러지면서 시드니올림픽
대표팀에서 탈락한 이후 8개월 하고도 보름. 자신도 모르게 공이
두려워진다 싶더니 덜컥 찾아든 슬럼프는 끈질겼다.

손가락은 멀쩡히 아물어 붙었지만 한번 잃어버린 감각을 좀체 되찾지
못해 주전 자리도 홍원기에게 내주고 대수비로 전락했었다. "안타 치는
법을 까먹었다"던 투덜거림은 한달이 채 못 가 쑥 들어갈 조짐이다.

본래 자리인 주전 유격수이자 9번 타순에 기용된 최근 3게임에서
김민호는 분명 전과 달라져 있었다. 매게임 안타 1개씩을 친 것도
그렇지만 안타수보다 주목할 것은 타구의 질. 지난 4월29일 잠실 SK전
4회말 시선이 쫓아가기 힘들만큼 잘 맞은 좌전안타를 날린데 이어
6회에도 '땅' 소리와 동시에 3루수 글러브에 정통으로 꽂히는 직선타구를
쳤다. 4월28일 SK전서는 좌중간을 반으로 쪼개는 시원한 3루타.

맞기만 하면 틱 머리 위로 뜨거나 떼굴떼굴 구르다 말던 시즌 초반의
타구와는 비교가 안됐다.

"직선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자주 가 속도 상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잘 맞는다는 얘기 아니겠어요?"

한동안 굵어진 오른손 검지가 걸리적거려 눈에 띄게 느려졌던 스윙
스피드가 원래 수준으로 올라오면서 빠른 볼에 자신감이 생겼다.

방망이만 되면 김민호는 더이상 신경쓸게 없는 선수. '마지막
한자리'마저 채워진다면 두산의 라인업은 또한번 힘을 받는다.

〈 대구=스포츠조선 박진형 기자 jin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