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간의 공직을 마감하고 30일자로 은퇴한 홍콩의 앤손 찬(61·여)
정무장관의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다. 홍콩 매스컴들은 연일 홍콩 서열
2위인 그의 퇴진을 톱 뉴스로 다루며 주민들이 아쉬워한다고 전했다.
때로 마찰을 빚었던 서열 1위 둥젠화 행정장관이나, 입법회의 등
각계각층에서도 진심어린 환송연을 준비했다. 지난 29일 밤 열린
제20회 홍콩영화제 시상식상에서 그는 주윤발 양자경 장만옥 등
스타들을 제치고 1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스타중의 스타」였다.

이런 모습은 한국기자에게는 매우 생소하게 느껴진다. 장관은 물론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까지 교도소를 드나들어야 되고, 반대 진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차없이 비판하는 한국의 살벌한 풍토에선 찾아 보기
어려운 미담이기 때문이다.

1962년 관계에 입문한 앤손 찬은 뛰어난 리더쉽으로 영국 통치하인
1993년 중국인으로, 또 여성으로는 최초로, 총독 다음 서열 2위인
수석장관으로 임명됐다. 주권이 중국으로 넘어간 1997년 7월 이후에도
같은 서열의 직을 유지하면서 홍콩을 대표해왔다. 여론조사 때마다 그는
60%가 넘는 지지를 받아 인기 1위를 유지해왔다. 외신들은 그를 「홍콩의
양심」이라고 불렀다. 중국 정부도 그녀의 민주주의에 입각한 원칙과
정신을 존중했다.

앤손 찬 스토리는 투명한 관료 시스템과 공정한 사회적 풍토가 홍콩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원칙과 소신에 충실하고도 관료직 정상에
오를 수 있고, 총독, 행정수반보다 더한 인기를 누리는 데도 장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홍콩=함영준특파원 yjhah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