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제작비 마련을 못해 엎어질 뻔한 상황이었다. 다른
영화사들로부터 수많은 캐스팅 제의를 받고 있던 유오성이 내게 회를 한
접시 사주며 말했다. "곽감독이 준석 역할을 나라고 생각하는 한 다른
작품은 시나리오도 안본다. 2년이건 3년이건 기다릴 테니 차분히
준비해달라." 나는 유오성을 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다.

장동건의 메니지먼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시나리오를 읽었더니
동수보다 준석 역할을 맡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그 역은 이미 유오성이
맡기로 했다고 답을 보내고 직접 만나자고 했다.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마시며 잘 생긴 장동건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준석 역이 탐나긴
하는데요, 아무리 봐도 저보단 오성이 형이 더 잘어울리더라구요. 동수는
제가 열심히 할께요. " 결국 나는 주연급 스타를 둘씩이나 내 영화에
모실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나는 사실 '스타 팬클럽'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부 못하고 할일 없는 한심한 '애'들이나 가입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친구' 촬영 내내 그리고 개봉하면서 나와 주연 연기자들이
지방을 포함한 무대 인사를 다닐 때 까지, 장동건의 팬클럽인
'아도니스'는 나의 그러한 생각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남편은
유오성 팬 클럽 회원이라는 주부로부터 직장인, 학생에 이르기까지
연령과 계층이 다양했고 팬클럽은 아예 봉사 단체로 등록이 되어 있었다.
장동건 개인에 대한 봉사 단체가 아니라 회원별로 팀을 구성해 매달
장애인 기관에 가서 대청소하고 고아원과 양로원을 찾아 '장동건
아도니스 팬클럽'의 이름으로 선행을 베풀어, 자신들이 사랑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더욱 빛나게 만드는 것이다. 촬영과 홍보 내내 장동건과 함께
움직였던 유오성이나 서태화, 정운택, 심지어 나에게도 각별했다.

장동건 팬이 주로 여성인데 비해 유오성 팬은 남성이 많다. 장동건
팬들이 조직적이고 적극적이라면 유오성 팬들은 진지하고 조심스럽다.
유오성 본인 말처럼, 현재는 힘들지만 미래에 대한 밝은 꿈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주로 팬인 듯 했다. 유오성 자신이 무명의 연극 배우에서
출발해 한칸 한칸 단계를 밟아 스크린의 대 스타로서 입지를 굳힌
인물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유오성을 보면서 지금은 힘들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분명히 자신들의 미래도 밝을 수 있다는 희망을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스타에 대한 팬들의 지나친 관심과 일부 자질이 의심스러운
스타들의 행태가 이맛살 찌푸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특히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춘기의 청소년들에게 자칫 엉뚱한 꿈을 꾸게 만들고 본인의
재능과는 동떨어진 길로 걷게 만드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나는 자기 자신 스스로를 관리하지 못하는 스타를 본적이 없다.
장동건이나 유오성처럼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스타로서
성장하고 유지되는 인물을 겪어보면, 아주 뛰어난 자기 관리 능력이
보인다. 자기가 저지르는 조그만 실수 하나가 어떠한 파장을 일으키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스타는 바로 희망인
셈이다. 단순히 그를 차지하고 싶다거나 그처럼 되고 싶은 욕구의 차원이
아니라, 우리들 곁에 존재하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꿈'을 주는
필요선으로 그들은 우리 곁에 있다.

( 곽경택ㆍ영화 ‘친구’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