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국제축구연맹)는 지난 4일 서귀포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
조추첨식에 앞서 중요한 사안 하나를 구렁이 담넘어가듯 조용히
발표했다. 2002년 월드컵부터 경기장내 맥주판매를 허용한다는
결정이었다. 그럴듯한 명분도 내세웠다. 월드컵 개막일인 내년 5월31일이
'금연의 날'인 만큼 건강을 해치는 담배는 경기장내에서 금지시키는 대신
맥주는 인정한다는 발표였다.
논란의 여지가 다분한 경기장내 맥주판매는 어떻게 이처럼 일사천리로
통과됐을까. 그 해답은 세계 최대 맥주 판매량을 자랑하는 버드와이저의
상표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컨페더레이션컵대회 엠블럼만 봐도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FIFA는 한동안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의 타이틀스폰서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월드컵이야 서로 스폰서를 하겠다며 줄을 서지만 규모가 작은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는 '물주'를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내년 월드컵
공식스폰서(Official Partner)인 버드와이저가 무려 2000만달러(약
260억원)라는 거액을 내놨다.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미국의 맥주회사
안호이저-부시는 프랑스월드컵부터 공식스폰서로 이름을 올리면서
8000만달러(약 1000억원) 이상을 뿌렸는데 컨페더레이션스컵대회
타이틀스폰서까지 떠맡겠다고 나섰으니 FIFA로선 구세주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 버드와이저는 타이틀스폰서를 맡는
대신 내년 월드컵부터 경기장에서 맥주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무언의 반대급부를 내밀었다. 프랑스월드컵 당시 생드니구장 근처에
'스타드 데 버드(Stad de Bud)'라는 맥주창고를 만들어 술꾼들을
불러모았던 버드와이저는 내년 월드컵에는 아예 경기장내에 선술집을
차리고 싶었던 게 확실하다. 결국 FIFA도 버드와이저의 현금공세에
누이좋고 매부좋은 방법을 선택했다.
내년 월드컵을 지구촌 술꾼들에게 자사 브랜드를 각인시킬 절호의
기회로 판단한 버드와이저는 안전사고 대책에도 고심하고 있다. 우선
상황에 따라 흉기로 돌변할 수 있는 병이나 캔 대신 종이컵만을 사용할
계획이다. 또 관중 1인당 음주량을 제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중이며,
알콜 도수가 낮은 축구장용 맥주도 새로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장내 맥주판매를 놓고 한-일 양국의 입장은 약간 다르다. 현재
프로축구와 프로야구장에서 맥주를 팔고 있는 일본은 각국의 훌리건들이
몰려들 월드컵 만큼은 판매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그동안 지방자치단체들이 경기장내 주류반입을 불허했던 한국은 월드컵
경기장내 맥주판매에 대해 전향적이다. 정몽준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 공동위원장도 지난 24일 "안전관리만
제대로 된다면 경기장내 맥주판매를 막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물론
치안당국에서는 난색을 표명하지만 FIFA가 밀어붙이는 사안인지라
경기장내 맥주판매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술 권하는 월드컵'. 2002년 월드컵은 애주가 축구팬들에겐 환상의
대회가 될 게 확실하다.
〈 스포츠조선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