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검찰 수사관이 26일 국방부 검찰단건물 복도에서 박노항 원사가 사용했던 전자수첩과 노트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br><a href=mailto:wjjoo@chosun.com>/주완중기자 <

「병역비리 감시관에서 병역면제의 해결사로.」

헌병 분야에서만 27년간 베테랑 수사관으로 활동했던 박노항 원사의 인생유전이다. 그는 육군본부 헌병수사관 신분으로 90년대 초부터 수도통합병원 및 병무청 파견 근무를 했다.

의병 전역 등 병역과 관련된 직원들의 비리 소지를 감시하고 예방하는 것이 그의 임무였다. 그러나 6년여간의 파견근무 중 많은 군의관과 병무청 직원을 알게 됐고 이것이 그가 병역비리를 저지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수도통합병원 근무 시절엔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병역비리를 상당수 처리했으며, 브로커들은 병역비리를 알선하다 안되면 박 원사에게 보낼 정도였다고 한다.

군내에서도 같은 헌병 출신인 병무비리 주범 원용수 준위가 헌병 내에서만 알려져 있던 데 비해, 박 원사는 헌병 병과뿐 아니라 보병 등 다른 병과의 장성들까지 많이 알고 지낼 정도로 마당발이었다. 이 때문에 그의 병역비리엔 군 고위층이 연루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특히 선·후배들에게 용돈을 주거나 술을 사 인심을 잃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지난 98년 5월 박 원사 도피를 전후해 군내에서 그에게 수사상황을 유출하고 도피에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박 원사는 98년 4월 병역비리 수사가 시작된 뒤 5월 도피 직전까지 자신이 아는 군의관이나 병무청 직원의 경우 자신이 잘 아는 변호사들을 선임, 변호사 사무실을 옮겨 다니며 관련자들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진술했는지를 파악, 수사상황을 꿰뚫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S변호사의 사무장 최모씨는 원용수 준위로부터 메시지를 받아 박 원사 도피에 결정적인 도움을 준 혐의로, 합조단 소속 P상사는 도피중의 박 원사와 전화통화를 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각각 사법처리됐었다.

전·현직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원사는 주변 동료들의 경조사를 잘 챙기고, 부하들에게 깍듯이 존대어를 쓰는 등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그는 항상 허리를 30도 굽히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고 전했다.

박 원사를 이틀째 조사중인 서영득 검찰단장도 『박씨는 평소부터 겸손하고 유약하며 섬세한 사람인 것 같다』고 느낌을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