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 테면 쳐봐.”
두산 왼손투수 이혜천(22)이 확 달라졌다. 98년 부산상고를 졸업하고
두산(당시 OB)에 입단한 이혜천은 지난해까지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3년간 13승10패1세이브의 평범한 성적을 남겼다. 그러나 25일 현재 그는
3승(1패)으로 다승 공동 1위(3승)와 유일한 0점대 방어율(0.94)로 방어율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와이 전지훈련이 끝났을 때도, 시범경기에서도 이혜천은 여전히
중간계투였다. 공은 언제나 시속 150㎞를 넘나들었지만, 고질적인 제구력
불안이 문제였다. 그러나 팀 선발의 축을 이루던 이광우와 파머의 난조를
틈타 14일 잠실 롯데전에서 선발등판 기회를 잡으면서 그는 감춰둔
진가를 맘껏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혜천은 기존의 빠른 볼에 전지훈련에서 최일언 투수 코치와 함께
개발한 '투심 패스트볼'(직구와 비슷하지만 공 끝에 변화가 있는
구질)을 섞어 던지며 14일, 20일 한화, 25일 해태전에서 내리 3연승을
따냈다. 특히 25일 경기에선 상대 타선에 10안타를 허용했지만 6과 3분의
2 이닝을 무자책(2실점)으로 막는 탁월한 투구 운영까지 보여줘 공만
빠른 투수가 아님을 과시했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경기당 5.76개를
허용하던 볼넷이 올 시즌에는 경기당 1.8개로 뚝 떨어졌다. '제구력
불안'이란 고질병을 겨우내 상당히 치료했다는 이야기다.
이혜천은 99년 6월 10일 마산에서 롯데를 상대로 프로 데뷔 첫
완봉승을 따내며 주목을 받았다. 특히 전날까지 27경기 연속안타 기록을
이어가던 롯데 박정태는 이혜천의 호투에 말려 기록 행진을 멈춰야
했으며, 덕분에 그는 화(?) 난 마산 팬들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선발로 계속 뛰는 게 목표"라는 이혜천은 더 이상 프로야구 동기생
김진웅(삼성)과 김수경(현대)이 선발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남몰래
부러워할 필요가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