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97~98년 외환위기 중 한국을
지원한 국제기구로 알려져 있다. 일부에선 당시 위기를 IMF 위기로
불렀다. 그러나 한국과 IMF의 인연은 한국이 IMF에 가입한 지난 55년 8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연말 끝난 3년간의 프로그램 이전에도,
IMF는 지난 65년부터 20년간 16개의 한국 관련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지난 50년대와 60년대 초에도, IMF와 세계은행은 한국이 경제개발을 통해
빈곤국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는 데 기여했다.

빈곤국을 위한 IMF와 세계은행의 지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G7(선진7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조만간 워싱턴에서
세계경제 활성화 방안을 협의한다. 이들은 또 별도 회의에서 빈곤 타파와
빈곤국 지원 방안을 협의한다. 핵심 의제는 부채 탕감이다.

지난해 IMF와 세계은행은 22개 최빈국에 대한 부채탕감 계획을 승인했다.
이중 아프리카 18개국은 고채무저소득국(HIPC) 프로그램 대상국이다.
IMF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의 전체 외채 중 절반인 340억달러를
탕감할 예정이다. 이와 병행되는 다른 프로그램이 완료되면, 이들의
부채는 평균 3분의 2가 줄어든다.

22개 최빈국의 외채 상환 규모는 3년 안에 지난 98~99년보다 30%쯤 줄게
된다. 이는 최빈국 전체 수출의 8% 규모다. 또 해당 정부 세수의 12%
수준으로, 지난 98~99년보다 부담이 절반 이상 가벼워지는 셈이다.

그러나 빈곤 타파를 위해서는 빈곤층을 위한 새로운 재원이 필요하다.
HIPC 프로그램 도입 이전에는, 빈곤국의 외채 상환 부담이 보건 및 교육
예산보다 컸다. 지금은 외채 상환 비용의 평균 3배를 보건·복지 부문에
투입한다.

이 같은 발전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빈곤층을 위해 많은 돈이
투입됐다. 물론 HIPC 프로그램하의 일부 국가는 내전 등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다. 외채 부담 경감을 통해 이들의 빈곤 타파를
지원하려면, 재원의 효과적인 활용과 함께 더욱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르완다와 에티오피아 등 내전국들은 외채 탕감과 함께 경제 재건을 위한
신규 차관 제공이 필요하다. 또 라이베리아, 수단, 콩고가 평화를 회복한
뒤 경제 재건에 나설 경우, 기존 HIPC 프로그램만으로는 부족하다. HIPC
프로그램이 빈곤 타파라는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IMF와
세계은행은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빈곤국을 지원하는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까. 외채 탕감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 없이는 또다시 외채 부담에 짓눌릴 수밖에
없다. IMF와 세계은행은 이들과 함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의 확산으로 인명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이 같은 노력도 벽에 부닥치고 있다.

따라서 외부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선진국들이 국민총생산(GNP)의 0.7%를 개발원조로 제공할 것을
촉구해왔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개발원조 제공은
아직 GDP의 0.25%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의 개발원조 규모도 GDP의
0.1%에 못 미친다. 보다 중요한 것은 서방 각국이 최빈국을 위해
무역장벽을 제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HIPC 프로그램에 따른 외채 탕감은 빈곤국의 빈곤 타파와 성장을
지원하게 된다. 물론 한국과 같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빈곤국들이 어떻게
활용할지는 그들의 몫이다.

( IMF 서울사무소장 )